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

매너는 어디로? <킹스맨: 골든서클>



가끔 인기작의 속편을 보고 있다보면, 전작의 흥행은 단순히 우연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생각될때가 있다.

<킹스맨: 골든서클>이 그랬다. 병맛이어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던 나의 킹스맨은 어디갔을까 ㅜㅜ

분명 킹스맨2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액션영화이고, 한국을 비롯해 흥행에 성공했지만 아쉬운 뒷맛이 남는건 왜인지.


지금은 상영관이 내렸으니 본 지 시간이 조금 흘렀지만 너무나 실망스런 마음에 지금에서야 리뷰를 끄적여 본다...

아마 아쉬웠던 부분이 중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스포 O



줄거리


킹스맨 자격시험에서 떨어지고 에그시에 의해 처단당했던 '찰리'가 기계팔을 가지고 등장해 에그시를 위협하고,

이들 범죄조직인 골든서클에 의해 킹스맨 본부를 비롯한 요원들이 무참히 죽임당한다. 

에그시와 '멀린'은 킹스맨 '최후의 날'규약에 따라 발견된 위스키 병에서 '미국 켄터키'라는 키워드를 얻게 되고, 

그곳에서 형제 조직인 스테이츠맨의 존재를 알게 된다.

전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 위협적인 비지니스를 추진 중인 골든 서클과 수장 '포피'. 

이들의 계획을 막기 위한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의 작전이 시작된다.



<킹스맨: 골든서클>에서는 캐릭터를 죽이기도 살리기도 너무나 쉽다.


영화는 초반부터 마약을 기반으로 한 범죄조직 골든서클 때문에 킹스맨의 주요 요원들과 에그시의 친구가 한번에 죽는다.

또한 미국 스테이츠맨이 보유한 의료기술로, 머리에 총을 맞은 순간 뇌세포를 복구할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전편에서 죽었던 해리가 다시 등장한다.

이렇듯 킹스맨 내에서 캐릭터의 생사는 전지전능한 신이 스위치를 올렸다 내리는것 마냥 너무나 쉽고 너무나 가볍다.

때문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구간이 없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그 무게가 너무 얄팍하다.


그렇게 염원하던 해리의 등장에도 환호가 나오지 않고, 전편에서 활약했던 록시를 비롯한 인물들의 죽음에도 하나도 슬프지가 않다.

때문에 에그시를 위시한 등장인물들이 긴박감 넘치게 액션을 선보여도, 골든서클이 얼마나 사악한지를 보여줘도 전혀 긴장감이 생기지 않는다.



캐릭터 활용이 그지같다.


이는 위에서 말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필요없다 싶으면 죽인다.

물론 잘하는 것, 보여주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효과를 보여줄 순 있다. 그렇다해도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이렇게 써먹다니...


그럴듯하게 등장해서 뭔가 엄청날 것같은 기대를 왕창 준 스테이츠맨 '데킬라'(채닝 테이텀)는 급작스럽게 아프더니 냉동인간으로 누워있고

지적인 캐릭터로, 멀린과 대척점에 있는 '진저'(할리 베리)는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병풍이다.

전작에서 엄청난 매력과 활약을 보였던 '해리'는 기억상실증으로 어리숙한 바보가 됐다.

이 밖에도 대통령의 이중성을 조금만더 부각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고, 도대체 그 어리숙하던 대통령 비서?는 무슨 역할인지... 싶다.


특히 여성캐릭터.


전 편에서부터 비판받아온 부분인 여성캐릭터 활용도 이번 편에선 아예 포기해버린다.

에그시와 함께 능력있는 킹스맨이었던 '록시'는 초장부터 골든서클의 테러로 생사를 알 수없다.(아마 후편에 등장하겠지,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식으로.)

골든서클의 수장이자 매력있는 악당 '포피'는 오로지 줄리안 무어의 매력으로만 캐릭터성을 유지하고 있다.

전 편의 소피아 부텔라의 칼발이나 머리가 터지는 연출 등 기발한 아이디어에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사람을 갈고 그걸로 햄버거를 만들어 먹이는 설정을 '포피'에게 주었지만. 글쎄, 포피의 결말을 보면 과연 이 캐릭터로 뭘 말하고 싶었던건지 의아하다.



아마 위의 아쉬운 캐릭터 활용은 중구난방 스토리 때문인듯도 하다.


<킹스맨: 골든서클>은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해리의 기억상실과 기억찾기, 미국 스테이츠맨, 에그시와 여자친구 틸드, 골든서클의 세계정복 등.

새로운 이야기들을 모두 관객들에게 알려줘야하는 동시에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 모든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섞이지 못하고 같은 얘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통일성이 없었고,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게다가 에그시의 성장. 어리숙했던 주인공이 해리를 통해 진정한 킹스맨으로 성장한다는 '킹스맨'영화의 핵심뼈대가 사라지니,

오로지 에그시의 매력으로 영화가 중심을 잡아야했는데... 

과연 '테론 에저튼'이 중심을 잘 잡았던 걸까? 그만큼의 매력이 있는 배우인걸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영화 스스로가 전작의 성공에 흠뻑 취해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잘남에 도취되어 있는게 얼마나 꼴불견이고 낯간지리운 것인지, 영화를 보면서 깨달았는데 ㅋㅋㅋ

예로, 전 편에서 해리가 펍에서 건달들을 해치우며 "Manners maketh man."이라고 말하던 명장면을 되풀이하는데,

진짜 오글거려서 보는게 힘들었다. 물론 해리가 기억상실에 걸렸으므로 조금 더 유쾌하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긴 했지만... 흠...


이 장면 외에도 영화가 전작을 굉장히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받았는데, 영화가 재밌었다면 넘길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아니라서 참고 보기가 조금 힘들었다.


더 강화했다던 액션신도 왜 내눈엔 주인공이 활약하기를 악당들이 기다리고 있는것처럼 보이는지 모를 노릇이었다.


 

너무 아쉬운점만 주절주절 썼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아마 전작 때문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게 아닌가 싶다.

다른 모든 요소들을 내려 놓고 본다면 <킹스맨: 골든서클>은 무난히 볼 수 있는 코믹액션영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세계 흥행 덕분에 시리즈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조금 더 나은 영화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는건 안되는걸까 ㅜㅜ

B급 병맛을 표방해도 A급 매너와 재미를 주었던 킹스맨이 어째서 흔한 미국식 섹스코미디 영화가 되었는지 자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