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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속사포 대사에 가려진 블랙코미디 <His Girl Friday>


가장 섹시한 영화 2위에 든 영화이자 역대 코미디 영화 순위에 꼭 들어가는 영화 <His Girl Friday>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담아놨다가, 고전 로맨틱코미디영화를 보고싶어서 보게 됐다.


근데, 보면서 당황했던 2가지. 

1.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라고 하길래 여주인공 이름이 프라이데이인줄 알았는데ㅋㅋ 아니다. 게다가 프라이데이란 말은 영화상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 찾아보니 '로빈슨 크루소'에서 하인으로 나왔던 '프라이데이'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은 그의 연인 프라이데이 보다도 그의 여자 하인?? 느낌.

(이 얘긴 밑에서 다시 하도록하자)


2. <어느 날 밤에 생긴 일>과 함께 스크루볼 코미디를 대표한다고 해서, 로맨틱코미디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로맨스보다도 '기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로코 <<<<블랙코미디? 요새 말로 '기레기'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스크루볼 코미디란 1930년대 유행했던 코믹극의 종류로, 

인물들 간의 재치있는 핑퐁 대사를 통해 갈등이 커지고 끝에가서는 해피엔딩을 맞는 코미디라고 한다.


특히 <His Girl Friday>는 쉴 새 없는 속사포 대사가 압권인 영화!

 굉장히 정신없게 몰아붙이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아지경으로 영화에 빠지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줄거리


유능한 기자로 이름을 날렸던 '힐디'는 약혼자와 함께 전남편인 신문사 편집장 '월터'를 방문한다. 

그들은 잘나가는 콤비였지만 지나치게 일에만 몰두하는 월터의 모습에 염증이 난 힐디가 그를 떠나버렸던 것. 

힐디가 새로운 약혼자와 함께 월터의 사무실에 나타나 결혼계획과 퇴사를 밝히자 월터는 잔꾀를 부려 어떻게든 힐디가 떠나는 것을 막으려든다. 

그 와중에 특종이 발생하고, 사건은 예측할 수 없이 진행되는데...


 '신문기자'라는 직업과 '이혼'이라는 상황 속에서 두남녀는 첫만남부터 "엄청나게 빠른" 말들을 주고 받으며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놀라웠던건, 신문사라는 남초 환경과 능글거리는 사기꾼? 타입의 남주인공 앞에서도 여주인공이 대등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라는 점이다.

찾아보니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영화에도 반영되어, 전문직업을 가진 여주인공이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영화가 여성이 한계를 뛰어넘는 걸 보여주진 않는다. 영화는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나름의 해피엔딩을 만들어갈 뿐이다.


어쨋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환멸 때문에 힐디는 신문사를 떠나려 하고, 월터는 그런 힐디를 막기위해 갖은 꼼수를 부린다.

보면서 월터, 벽인줄 알았다. 남 얘길 안들어... 당시엔 이런 캐릭터가 매력적인 남성상이었나 싶다. 능글거리면서 모든 일이 자신의 주도하에 이뤄져아 하는 사람.


그러던 중 경찰을 총으로 쏜 남자의 사형이 집행되려한다. 이 사건이 사회,정치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두 주인공도 기사를 쓰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된다.



러브스토리보다 블랙코미디


영화는 도입부에 당시 기자들은 기사를 얻기 위해 '살인'만 빼고 뭐든지 했다고 말하면서 이 영화가 '기레기'에 관한 영화임을 암시한다.

힐디가 기사를 쓰기 위해 찾은 형사법원 기자실에는 다양한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있는데,

이들은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다. (이 때의 영화연출이 굉장히 재밌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는데,

기자들의 잘못된 기사로 피해를 본 여자가 카드를 하는 기자들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그들은 무시할뿐이다.

힐디가 여자를 밖으로 끌고 나가면서 이들은 인간이 아닌 기자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자가 나간뒤 갑작스레 침묵이 찾아온다.


쉴 새없이 떠들고 정신없었던 영화에서 대사 한마디 없던 이 장면이 어째서 그렇게 무겁게 다가오던지.

  극중에 기자들이 '인간'답게 살고싶다며 다른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불평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도 알고있을거다, 자극적인 기사를 원하는 신문사 때문에 거짓기사를 쓰지만, 이 정적에서 그들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변하느냐? 아니다. 후에 영화가 진행되면서 볼 수있듯이 이들은 여전히 기사를 얻기 위해 날파리처럼 몰려다닐뿐이다.

주인공 남녀까지도 영화 끝까지 '기사'를 위해 미친듯이 말을 주고받고 뛰어다닌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이들의 모습을 통해 언론을 풍자하고 있는 것인지, 이들의 한계까지 경쾌하게 담아내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결말의 아쉬움

 

대사의 힘!을 보여주며 꼬리를 무는 사건들로 영화에 집중하게 만들더니 결말에 가서는 조금 갑작스러웠다.


언론계를 떠나려던 힐디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결국 이 길이 자신의 적성에 맞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월터와 대등하는 매력을 보여줬던 캐릭터가 갑자기 백치미 돋게 월터의 말에 순종하며 그와 결혼까지 골인이다.


해피엔딩을 급작스럽게 만들려해서인지 아니면 현실적인 한계까지 그대로 담은 결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결말을 보는데, 기분이 굉장히 이상해졌다.

결말 직전까지는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았는데, 끝까지 보고는 만점을 줄 수 없는 영화가 되버렸다.ㅜㅜ


영화를 다 보고 제목이 왜 프라이데이(흑인 노예)인지 찾아보니, 조금 알 것 같기도 한게,

그녀가 결국은 월터 밑에 구속? 정착되고, 결말에서 드러나는 이 상하관계를 제목으로 삼은 것 같았다.

아니면 코미디라는 측면에서 그냥 유쾌하게 지었거나 ㅎㅎ 어쨌든 현실적으로 알맞는 해피엔딩이기는 해도 아쉬운 마무리였다. 



한편으론 당시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졌던 스튜디오 영화들이 어떤식으로 구성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인물을 보여주고, 사건이 전개되는 방식이 딱! 쳐낼껀 모두 쳐낸, 고수의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라 감탄하면서 보게 됐다. 재밌는 연출도 많았고.


미친듯이 빠른 대사와 사건전개, 그리고 거기서 오는 긴장감. 어째서 가장 섹시한 영화 순위에 드는지 알 수 있었던 영화였다.

로맨스 보다도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블랙코미디도 신선했다. 나중에 다시 꺼내보게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