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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화려한 CG와 모성애 신화 <신과 함께-죄와 벌>


인기웹툰을 영화화하여, 현재 크게 흥행을 하고 있는 <신과 함께 - 죄와 벌>.

'신파'라는 후기가 많아서 아예 볼 생각도 없다가, 주위 평이 은근히 좋길래 뒤늦게 친구와 보고 왔다.


보고 난 감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화려한, 볼 만한 CG와 지루하고 아쉬운 줄거리.


정말 좋아했던 웹툰을 영화로 만날 수 있다는 만족감도 있었고, 은근히 괜찮은 CG에 놀랐지만. 줄거리... 이게 최선인가요?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진행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뻔한 1차원 줄거리여서 아쉬움이 컸다.

킬링타임용 오락영화로 무난하게 봤지만, 한국영화의 한계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줄거리(웹툰 비교)


영화의 큰 줄거리는 자홍의 저승재판 + 수홍(자홍 동생)의 이승(군대) 이야기로 구성된다.


원작인 웹툰에선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회사원 '김자홍'이 주인공이었지만

영화의 주인공 김자홍(차태현)은 '귀인'이라 불릴 정도로 열심히 살고, 희생으로 삶을 마감했던 '소방관'으로 나온다.

아마 조금 더 영화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웹툰에선 김자홍이 저승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7번의 재판을 받지만, 영화에선 '진기한'을 없애고 (저승)차사들이 김자홍을 직접 변호한다. 

세 명의 차사들이 별개로 다뤘던 군대 에피소드는 자홍의 동생 '수홍'의 이야기로 각색됐다.


아쉬운 점


평범한 주인공인 김자홍을 소방관으로 바꾼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조금 더 극적인 자극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중요한건, 아쉽게도 바꾼 이야기가 너무나 뻔하다는 것이다.


소방관 김자홍은 너무나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7번의 재판은 순탄치 않다. '귀인'이기 때문에 통과된다면, 영화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7번의 재판 중 '살인 지옥'을 살펴보면 이런식이다.

김자홍은 '귀인'이기 때문에 무사통과될 것 같지만, 알고보니 문제가 있었다. 화재현장에서 동료를 버리고 가서, 미필적 고의로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이러한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그렇다면 통과~


여기서 김자홍의 잘못과 사정, 즉 영화의 위기와 해소는 누구나 추리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하다. 때문에 위기의 상황에서도 긴장감이 들지 않는다.

한국영화에서 늘 그리는 '선'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다. 조금의 변화구도 없다. '귀인'이기 때문에, 주인공이기 때문에 통과될 거라는 믿음도 있다.


이런 1차원적 줄거리는 7번까지는 아니어도 계속해서 반복된다.

한국영화에서 애용하는 인위적, 자극적인 감동코드도 빠질 수 없다.

'어머니'를 부르짖는 효성깊은 아들... 이건 끝에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자.


+ 웃기려고 넣은 장면들도, 그런장면이 있었나 깨닫지 못할 정도로 성공하지 못한것같다. 아니면 없었거나.


   

한국형 블록버스터


지루한 이야기임에도 중간에 졸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CG덕분이었다.

웹툰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처음 듣는 순간, 저승세계를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했을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놀랍게도 7번의 다른 테마를 지닌 지옥도와 차사들의 액션씬을 실감나게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신과 함께>의 제작비는 350억원이고 그 중 특수효과에 75억을 썼다고 한다.

기존 헐리우드 영화의 제작비가 여기서 5배가 넘는다고 하니, 결과물을 놓고 본다면 굉장히 인상적이다.


물론 같이 본 친구는 굉장히 실망했다고 하니, 호불호가 갈릴듯 싶다.

군데군데 부실한 소품이 눈에 띄기도 하고 액션씬은 중국영화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정말 좋은 컨텐츠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나 큰 만족감이 들었다.

<전우치>가 떠오르기도 하고, 이런게 바로 한국식 블록버스터구나 싶기도 했다.

특히 각기 다른 지옥도의 모습은 웹툰을 영상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기발한 것 같았다.



배우들의 연기


배우들도 많이 고생한 것 같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만화적인 유치함과 코믹함을 연기로 보여줘야했는데,

모두 무난한 연기를 선보인 것 같다. 하지만 가끔 배우들이 힘겨워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극을 이끌어 가는 김자홍 역할의 '차태현'은 연기가 아쉽기도 했다. 

 '덕춘' 역할의 '김향기'는 너무 귀여웠지만, 아무래도 만화적인 모습이 극대화된 캐릭터기 때문에 친구는 조금 힘들어했다.ㅋㅋ 

'주지훈'은 능청스럽고 과장된 연기로 영화의 유머요소를 담당했고, '하정우'는 늘 보여주는 연기였다.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자홍의 동생 '수홍'역할을 맡은 '김동욱'. 마지막의 눈물씬은 어퍼컷을 맞는 기분이었다.


 특별출연 '이정재'의 염라대왕 연기는 특별출연이라고 깨닫지 못할정도로 비중이 있었다.

이밖에도 '김하늘', '김해숙' 등의 각 지옥대왕들과 후편을 기대하게 하는 '마동석'도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한국의 모성애 신화


아쉬운 점도, 좋았던 점도 있는 영화라는 것과는 별개로, 더이상 이런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싶다.

'어머니'가 없으면 한국은 영화를 못만드나? 영화가 진행될수록 설마설마 싶었지만 후반부가서는 울라고 등떠미는줄 알았다. 

슬퍼서 우는게 아니라, 울어서 지는 기분. 굉장히 강압적일정도였다. 


고등학교시절 '모성은 강요되선 안된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는데, 거의 십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는 여전한것같다.

어머니는 희생적이어야하며 위대해야한다. 


특히 <신과함께>의 어머니는 웹툰과 달리 '농아'이다. 말을 할 수 없다. 그 어떤 다른 모습도 보이지 못하게 아예 입을 막아버린다.

거룩한 사랑과 희생의 어머니. 그런 위대한 어머니 앞에서 우리는 보호받고 용서받으면 그만이다.

하... 정말 이런 억지감동, 이제는 지겹다. 언제까지 '모성'을 흥행수단으로만 삼을껀가 싶다.


끝!


속편의 기대감을 주고 끝난 <신과함께-죄와벌>

속편이 나온다면 바로 달려가 볼정도로 오락영화로 재밌게 봤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뻔한 신파 감성도 통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거고, <국제시장>과 <7번방의 선물>을 극장에서 재밋게 본 입장에서ㅋㅋㅋ 할말은 없지만...

이번 영화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래도 재밌게 본 웹툰을 훌륭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