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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색을 입는 감동 <플레전트빌>


이름 그대로 기쁨으로 가득한 TV 속 마을인 플레전트빌. 이 TV 속으로 들어가게 된 주인공.


TV 속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즐거움만 있는 유토피아가 존재할까?


이들의 모험도 재밌었지만 즐거움으로 가득한 유토피아가 사실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세상이었다는 점이 인상깊다.

SF영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감정이 거세된 디스토피아가 떠오르기도 했다. 

안정을 추구해서 만든 유토피아가 사실은 디스토피아라는 점이 아이러니.

혼란, 무질서, 불예측...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감정을 느껴야하는가? <플레전트빌>은 그렇다! 외치는 영화이다.


흑백의 세상이 점차 다양한 색채로 물들어가는 연출. 

그리고 이 다양한 색채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경험하게 해주는 영화.

나아가 색을 통해 '차별'이란 주제도 굉장히 영리하게 담고 있기도 하다.



데이빗(토비 맥과이어)은 50년대 유명했던 드라마인 <플레전트빌>의 애청자. 

그는 이혼가정으로 인해 느끼지 못하는 가족의 정을 TV를 통해 충족한다.

반면 좋아하는 소년과의 하룻밤을 원하는, 놀기 좋아하는 여동생 제니퍼(리즈 위더스푼)은 그런 오빠를 괴짜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남매는 TV채널을 두고 다투다가 리모콘이 박살나고,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수리공 할아버지로부터 건네받은 새 리모콘을 작동시키다가 

데이빗과 제니퍼는 TV 속 흑백 세상 <플레전트빌>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당혹스러운것도 잠시 늘 동경하던 파라다이스에 오게 된 데이빗은 흑백 세상 <플레전트빌>에 사는 사람들이 반갑기만 하다.

반면, 촌스러운 옷과 헤어스타일, 불에 닿아도 타지 않는 손수건, 표지만 있고 속은 백지인 도서관의 책들, 

그리고 키스조차 할 줄 모르는 쑥맥인 사람들을 제니퍼는 이해할 수가 없다. 

스캔들 메이커인 제니퍼는 질서정연하고 조용한 이 흑백 세상에 사랑과 섹스의 욕망을 퍼뜨려놓는다.

이를 말리던 데이빗도 사람들에게 플레전트빌 밖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기계처럼 반복되던 곳의 질서가 깨지고 사람들이 미처 몰랐던 감정들을 깨닫는 순간 

사랑, 미움, 분노, 그리고 자유가 그 본연의 빛깔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칼라로 변한 사람들과 기존의 질서만을 고집하는 흑백사람들간의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게 되는데...



현재가 아닌 과거, 또다른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는 점에서 <백투더퓨처>가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같은 매체가 현실과 이어져있다는 설정에서는 <카이로의 붉은 장미>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초반에는 섹스로 혼란을 불러일으킨 제니퍼의 사건을 데이빗이 해결하는 식의 줄거리를 예상했다. 

ㅋㅋㅋ하지만 오히려 데이빗도 톱니바퀴처럼 정해진 일과만 수행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일탈을 선물하고 이들이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본다. 

플레전트빌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이곳도 현실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흑과 백만이 존재했던. 적은 색만큼의 적은 감정을 느꼈던 사람들은 점점 다양한 색만큼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흑백의 세상이 점점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은 <오즈의 마법사>를 시작으로 <더 기버> 등의 영화로 접했던 익숙한 연출이었지만 

 <플레전트빌>에선 특히 더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 제니퍼에게 색을 배운 엄마역 배티가 성에 눈뜨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깊었다.

색을 통해 색을 표현하다니! 


플레전트빌에 등장하는 '연인들의 호수'도 제니퍼의 영향으로 므흣한 일을 하는 연인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떠오르는 장소가 된다.

 감독이 에덴동산을 비유한 곳이 아닐까 싶은데 ㅋㅋㅋ 데이빗에게 사과를 따주는 연인.

선악과라는 금기를 깸으로서 사람들은 그들 고유의 색을 찾고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남편에게 제시간 밥을차려주고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주어진 역할이었던 배티는 점차 감정을 느끼게 되고, 자신을 깨닫는다.

어쩜 이 아줌마 왜이리 이쁘던지. 데이빗과 제니퍼 보다도 더 인상깊었던 캐릭터였다.



플레전트빌이 점차 색에 물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여전히 흑백인 사람들과 색을 입는 사람들이 나뉘게 된다.

그리고 이 혼란을 위기로 느끼면서 기존의 사람들은 색을 입은 사람들을 배척하고 차별하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은 너무나도 ㅋㅋㅋ 과거 미국의 흑인차별이 떠오르기도 했다. 등장인물 중엔 흑인이없음에도 불구하고 ㅋㅋㅋ


데이빗과 제니퍼를 포함한 색을 입은 사람들은 차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려 한다.

이때 이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미술과 음악으로 표현되는데,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지정된 음악만을 들어야한다는 규칙이 내려오는데, 이 때 들을수 있는 음악을 찾아보니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미국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들.

반면 색을 입은 자들이 듣는 음악은 재즈와 로큰롤이다. 대비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멋있는 연출이었다.



기존의 흑백인들과 색인들의 대립은 점점 고조되고 클라이막스를 향해가지만

데이빗의 활약, 어떤 사람이든 내면의 변화를 느끼면 색으로 물듬을 증명함으로 플레전트빌에 평화가 찾아온다.

결국 내가 느끼는 내면의 감정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결말에서 데이빗과 제니퍼의 향후결정도 인상깊었다. 

현실을 자각하면 슬퍼지기 때문에 TV속으로 도피했던 데이빗은 아픔을 느낄지라도 감정을 느끼는것이 중요함을 깨닫게되고

오히려 극적인 감정 속에 살던 제니퍼는 내면의 평화를 얻고 차분해진다.


"이제 어떻게 되지?"

"전 몰라요. 당신은 아세요?"

"아니 나도 몰라"

"저도 모르겠군요"


 플레전트빌 맨 끝에 있는 도로가 다시 플레전트빌로, 다시 돌아오는 길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지만 계속해서 어디든 나아갈 수 있는 길로 바뀌는 것.

인생은 예측할 수 없지만 이 불안함이 곧 행복임을 영화를 보면서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