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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목소리를 낸다는 것 <더 포스트>


"올해의 미국사회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


<더 포스트>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한 말이다. 


2017년 영화가 개봉한 현재. 미국정부의 언론 탄압은 극에 달하고 있고, 뉴스를 보며 진실인지 의심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현재는 70년대 미국정부가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고 거짓선전을 했던 '펜타곤 페이퍼'와 묘하게 맞물려 있다.

이런 정치적 유사성이 이 영화를 탄생하게 했다. 


하지만 여기에 그쳤다면 영화의 주인공은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기자 '남성'이 주인공이었을것이다.

그러나 <더 포스트>의 배경은 '뉴욕타임즈'가 아닌 2등 신문사로 불리는 '워싱턴 포스트'이고

주인공은 남성편집국장이 아니라 '여성발행인'이다.


헐리우드 뿐만 아니라 국내 여성들의 성추행 폭로가 쏟아지고 있는 현재.

감독은 이들에게 용기를 얻고 격려하기 위해 70년대 여성이 리더로 거듭나는 내용의 영화를 만들었다.


언론과 여성. 별개로 보이는 두 주제를 하나의 이야기를 엮어 내는 감독의 능력이 놀라울뿐이다.

그리고 언론과 여성 모두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워싱턴 포스트의 대표 '캐서린'


그녀는 남편인 '필'이 죽고 회사를 물려받아 신문사의 여성대표가 된다.

사실 아버지의 회사였지만 딸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아닌 사위가 회사를 물려받았던 것. 당시 시대도 그렇고 그녀 자신도 그것이 당연하다 여겼다.

40 평생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왔던 그녀는 남자들 사이에서 '대표'로 나서기 어렵다.

준비를 해오고서도 회의장에선 한 마디도 못하고, 모든 결정은 주위 남성들의 몫이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어찌나 빛이나던지. 진짜 감탄을 하며 봤다.

남자들 사이에서 묘하게 주눅들고 억눌린 캐서린을 정말 실감나게 연기하는데...

특히 초반 편집국장인 벤(톰 행크스)과 대화씬은 전율...



1971년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을 

뉴욕 타임즈가 보도하자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정부는 관련 보도를 금지시키고, 타임즈의 경쟁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톰 행크스)은 

베트남 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건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신문은 역사의 초고이다."


영화의 배경이 타임즈가 아닌 포스트인 이유.

이미 정부가 금지령을 내렸고 이를 어기고 기사를 낸다면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벤을 위시한 기자들은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려 한다.

역사상 초유의 정부의 언론탄압 앞에서 자신들이 지면 국민들이 지는 것이라며 언론의 신념을 지키려 한다.

암흑 속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사명이 더욱 빛이 난다. 특히 요새 한국의 언론을 본다면 더욱 더 느끼는 바가 많아진다.



결국 4천 장에 달하는 정부기밀문서를 손에 쥔 '벤'은 이 사건을 세상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최초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은 회사와 자신,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바꿀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데...


언론의 사명을 띠고 보도를 주장하는 벤과 달리 캐서린에겐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많다.

주식상장을 앞두고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하며 관련 정부당사자들과는 오래된 친구사이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초중반의 내용은 '언론의 자유'에 이야기가 집중되어 있다.

감옥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자료를 훔친 '벤 베그디키안'과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도 보도에 열올리는 신문사 기자들.

그들에 비해 캐서린은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 벤과 보도 여부를 두고 다투기도 하며 벤(언론)과 반대편에 서있는 상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더 나아간다. '캐서린'의 상황을 이해시킨다.


"케이는 자기가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 앉게 됐어요. 그녀의 자리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계속 받아오면서 자기 의견은 묵살되고,

자신을 자리에 없는 사람취급하면서 무시당하기 일수고 그런 일이 오래 지속되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걸 깨닫게 되죠."


때문에 그녀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를. 얼마나 많은 것을 걸었는지를 영화는 이해한다.

잃는 것의 크기가 용기의 크기가 되는 것.

벤도 직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만 캐서린이 거는 위험은 더욱 큰것이다.


결국 그녀는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하고 목소리를 낸다. 

아. 재판씬 마지막엔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ㅋㅋㅋ 주목받지못함에도 그녀의 용기가 작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리더로 거듭난 캐서린을 볼 수 있었다.


+ 별개로 영화를 보면서 최근 미투사건을 떠올렸다. 

그들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내고 있는지 깊게 공감했다.



영화를 보면서 살짜쿵 아쉬웠던건 후반부 언론의 자유와 국가안보의 대결. 그리고 캐서린의 성장을 담으면서

영화가 어쩔 수 없이 감정과잉으로 간다는 점이다. 

살짝 오글거릴 정도로 전형적인 스티븐스필버그의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ㅋㅋㅋ

이게 감독이 제일잘하는 거고 익숙한 방식이라는 건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너무 1차원적이고 전형적인 방식이 아니었나 싶었다.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이야기하는 또 다른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더 포스트>는 보다 더 감정적이라고 할까? 

말로 줄줄 어떤 캐릭터를 짚어나가고 음악과 상황이 웅장해지는게.. 살짝 낯간지러웠다 ㅋㅋㅋ


그래도ㅋㅋㅋㅋ 감동적이기는 했다.

게다가 중요한 대사가 여성의 입으로 나온다는 것. 

돌이켜 보면 모든 중요한 대사가 여성의 클로즈업에서 나온 것 같다. 



70년대와 현재. 40여년이 지났음에도 언론과 여성. 모두가 제자리인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인것같다.


물론 더 나은 페미니즘 영화, 언론 영화가 있겠지만은 두 가지 다른 주제를 하나의 이야기로 보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게

<더 포스트>가 더욱 대단한 점같다. 물론 메릴스트립과 톰행크스의 명품연기도 빼놓을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