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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천하무적 할머니 <벨빌의 세 쌍둥이>


혐오스러울정도로 과장된 그림체의 유럽 애니메이션 영화 <벨빌의 세 쌍둥이>

한국판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본다면 속았다는 기분이 들것같다 ㅋㅋ


우리에게 익숙한 디즈니나 일본애니를 떠오르면 생각나는 귀여움과는 일억광년 떨어진 영화에, 처음엔 기겁할 수 있지만 ㅋㅋㅋ

어둡고 질척거리는 유럽 애니메이션 특유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한편의 작품을 만나는 느낌도 들고.


<벨빌의 세 쌍둥이>는 프랑스 영화 답게 거친그림체 속 풍자와 비꼼이 가득하고, 모순되게도 나름 할머니의 사랑이라는 따뜻한 줄거리를 담고있다.

감독의 필모를 훑어보니,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일루셔니스트> 등 이 영화의 개성이 조금 다듬어진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 마담 수자와 함께 살고 있는 챔피온은 외로운 소년이다. 할머니는 움츠러든 소년에게 자전거를 선물한다.

챔피온은 세월이 흘러 자전거 경주 선수가 되었고 할머니는 살뜰하게 그를 보조한다.

그러나 챔피온은 세계 유명 자전거 경주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경기에 참여했다가 도중에 납치되고 만다.

할머니 수자는 충실한 개 브루노와 함께 손자를 구하러 프랑스 마피아의 근거지인 낯선 항구도시 '벨빌'에 도착하게 되고

젊은 시절에 유명한 재즈싱어였던 벨빌의 트리플렛(세쌍둥이)과 합류하게 되는데...



제목은 <벨빌의 세 쌍둥이>지만 사실, 주인공은 수자 할머니이고, 세쌍둥이는 조력자 정도의 위치다.

그러나 벨빌의 세 쌍둥이가 부르는 재즈는 영화의 분위기를 나타내주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닌가 싶다.



특히 맨처음 세 쌍둥이가 잘나가던 시절 무대에서 재즈를 부르며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씬은

너무나 리드미컬하고 개성있어서 영화에 확!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재즈선율이 귀에서 자꾸 메아리치는 듯한 기분.

랑데부~~~


공연에 참석하는 여성들은 덩치가 크지만 그들의 남편은 굉장히 작게 그려지는 모습은 ㅋㅋㅋ역시 유럽영화다 싶었다.



 천하무적 할머니


챔피온은 어렸을때부터 자전거에 홀릭이었고, 자연스럽게 자전거선수가 된다. 수자는 그의 연습 전반을 도와주고 그를 케어한다.


인상 깊었던 건, 어른이 된 챔피온이 자전거만 타는 것 외에는 다른 의욕은 보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거의 무성영화라 할정도로 음성이 나오지 않는 영화에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고, 그의 눈을 보고 있다보면 어딘가 찝찝하고 무서운 기분이 든다.


반면 수자는 운동선수 뒤에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릴 정도의 체력과, 연습 후 챔피온의 근육 마사지와 자전거 수리 등 만능인 모습을 보인다.

납치된 그를 따라 대서양을 건넌 후에는 음악에도 재능을 보이니, 이쯤이면 거의 만능이라 할정도 ㅋㅋㅋ


이런 모습은 마지막씬에 챔피온의 대답과 감독이 '나의 부모님에게'라고 한것과 맞물려

그들이 없으면 자식인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엇음을 강조하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영화는 큰 건 더크게, 작은 건 더 작게 묘사하며 '과장'된 그림체를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풍자와 비꼼을 드러낸다.


가령 어른이 된 챔피온의 모습을 보면ㅋㅋㅋ 허리는 미칠듯이 가는데 반해 다리는 터질듯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괴한 인물묘사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행동 또한 과장되어 있는데 ㅋㅋㅋ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배경인 '벨빌'에 가면 그 과장에서 오는 풍자가 극에 달한다.



대서양 건너 낯선 도시 '벨빌'


벨빌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제대로 전개되기 시작하는데 ㅋㅋㅋ 풍자와 비꼼도 제대로 시작된다.

햄버거를 든 자유의 여신상을 보면, 이 도시가 미국에 비유됨을 알 수 있는데, 벨빌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비만'이다 ㅋㅋㅋ 

돈이 없으면 햄버거를 먹을 수 없어! 

  (유럽은 가끔 미국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ㅋㅋ)


또한 할리우드를 '할리푸드'라고 하거나, 악당인 마피아 밑에서 일하는 쥐처럼 생긴 기계공은 미키마우스를 떠오르게 한다.

한편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지배인은 지나치게 과장된 겸손함을 보이기도 하는데 돈이 만능이되는 세상을 비판하는 듯 보인다.

거의 허리를 꺾고 다니는 모습이 개인적인 웃음포인트였다ㅋㅋㅋㅋ



강아지 브루노도 영화에서 은근히 큰 비중을 담당한다.

정해진 시각에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서 짖는다거나 잘때 사람위에 올라가 얼굴에 궁뎅이를 들이미는 장면 등은

진짜 강아지 행동 특색과 닮아서 ㅋㅋㅋ 감독이 많이 연구했구나 싶었다.


기차를 보면서 짖는장면은 집 바로 옆에 위치한 기찻길을 보여주면서 산업화로 인해 피해받는 모습이나

정해진 시각에 일을 해야하는 현대인을 보여주는 장치일 수도 있겠고 ㅋㅋㅋㅋ 

브루노가 꾸는 꿈에선 자신이 기차를 타고 사람들과 자신이 반대인 입장을 보여주면서 사람도 짐승과 같은 위치다, 뭐 이렇게 풍자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같다.

너무나 많은 풍자가 담겨있어서 완벽히 영화를 이해할 순 없고 ㅋㅋ그냥 각자 보는대로 이해하면 될듯 ㅋㅋㅋ



손자를 구하기 위해 악명높은 마피아와 대결을 펼치게된 수자와 벨빌의 세쌍둥이.

어떻게 보면 영화의 결말은 개연성없는 막무가내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모두 사랑의 위대함을 알 수 있게 하는 장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고.

 

 

 "끝났어요. 할머니."


앞부분에 할머니의 물음에 답이 끝에 나오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과장되고 기괴한 그림체의 영화였지만 희한하게도 마지막엔 감동을 받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각자의 삶은 하나의 영화이고, 할머니의 손자를 구하는 스펙타클 모험담도 한 편의 영화가 된다.

'나의 부모님에게'라는 감독의 말처럼 나를 키워준 이에게 헌정할만한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