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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I told you <테이크 쉘터(Take Shelter, 2011)>


막연한 불안, 설명 할 수 없는 공포.


갑자기 큰 병에 걸리면 어떡하지?, 일자리를 잃으면?,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삶을 살면서 이런 불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거다.


이런 원초적 불안을 <테이크 쉘터>는 '폭풍우'로 대변하고 있는듯하다.

공포는 명확하지 않을때 극대화되고, 일이 벌어지기 전에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주인공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테이크 쉘터>는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해서 결국 보는 사람마저도 그 감정에 전염되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줄거리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로서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커티스'(마이클 섀넌)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시작된 악몽은 평온했던 그의 일상을 뒤흔든다.

심상치 않은 폭풍우와 비를 맞고 이상해지는 주변사람들. 악몽은 현실 깊숙이 침투해 커티스를 괴롭히고,

커티스는 폭풍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뒷마당에 방공호를 짓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이상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외면하고, 아내 '사만다'(제시카 차스테인)는

이런 커티스를 이해하려 노력하는데...  


스포 O



잔잔하면서도 광기가 담긴, 몰입감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딱 이 영화 <테이크 쉘터>가 그런 영화였다.


주인공 커티스는 폭풍우가 몰려오는 악몽을 꾸지만 이를 주위 사람과 속편히 나누지 못한다.

엄마가 자신이 10살때 정신분열로 병원에 입원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기 때문에

약한 티는 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던 악몽은 점점 현실을 뒤흔든다.

처음 꾼 악몽에서 자신의 팔을 문 애완견을 마당으로 쫓아내고,

자신을 공격한 회사동료이자 친구는 윗선에 얘기해서 다른 팀으로 보내버린다.


꿈과 악몽을 구분짓지 못하고 흔들리게 되면서, 주위 사람들도 서서히 커티스가 이상한 걸 눈치챈다.

커티스는 그럴수록 더욱 더 방공호 짓는 데에 열중하게 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무너져가는 커티스의 표정, 불안으로 가득한 눈빛.

음산한 배경음악과 어울러져서 분명 잔잔한 분위기임에도 커티스의 감정에 깊게 빠져들게 됐다.



 감독 왈, <테이크 쉘터>는 미국 중산층의 위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한다.


불경기 속에서, 없는 살림에 대출을 해서 방공호를 짓는 커티스.

자신의 정신이 이상하다는 걸 자각하지만, 전문적인 정신과 상담을 받기엔 경제적상황이 좋지 못하다.

 

커티스는 결국 회사 기계를 빌려 방공호를 만든 게 발각이 되어 해고를 당한다.

회사 보험으로 받으려던 딸의 청각수술도 무산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된다.


커티스의 이런 상황들은, 미국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 겪는 모든 불안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포함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모두가 이 불안에 같이 잠식될 수 있는 것같다.



영화를 보면서, 폭풍우 보다도, 그 폭풍우가 올것이라는 불안이 더욱 와닿았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로 폭풍우가 오게되자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후련함과 안도감이 들었다.


실제로 폭풍우가 온 것인지, 아내 사만다까지 그 불안에 잠식된 것인지 모르는 결말이었지만

굉장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폭풍우가 온다고! 강당에서 광기어리게 외치던 커티스가 떠오르면서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라고 외치고 싶기도 했다. ㅎㅎㅎ


결말에서 <시리어스맨>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론 <테이크 쉘터>가 훨씬 취향이었다.

마이클 섀넌과 제시카 차스테인의 연기도 돋보였고, 새벽에 집중해서 재밌게 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