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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운수 좋은 날 <어 퍼펙트 데이(A Perfect Day, 2016)>


생각지도 못하게 보물같은 영화를 발견할때가 있다.

이번엔 이 영화 <어 퍼펙트 데이>가 그랬다.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무거운 영화는 싫고, 그렇다고 시끄러운 영화도 싫어서 찾은 영화!


<어 퍼펙트 데이>는 전쟁을 겪은 보스니아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종일관 유머와 낭만을 잃지 않는 블랙코미디 영화이다.


영화 제목 <완벽한 날>. 우리나라로치면, 운수좋은 날이 떠오르는 역설적 제목.

정말 빌어먹게 완벽한 하루를 살펴보자.



보스니아 내전 후, 여전히 전쟁의 후유증으로 가득한 한 마을에서 일이 발생한다. 

우물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

NGO 구호단체요원 '맘브루'(베니치오 델 토로)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 B(팀 로빈스) 등은 

마을의 유일한 식수 공급원을 위해 시체를 건지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이들은 UN에 지원요청을 하지만 원칙이 우선인 UN은 시체를 건들지 말라며 거절한다.

요원들은 상황을 해결하려 애를 쓰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예측불허 행동들은

더 이상 임무를 진행할 수 없게 만들고,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소년 '니콜라'(엘도 레지도빅)가 

예기치 않게 팀에 합류한다. 더해서 요원들을 평가하러 현장 분석가 '카티야'(올가 쿠릴렌코)가 

팀에 투입하게 되면서 일은 점점 혼란으로 빠지게 되는데...



<어 퍼펙트 데이>는 우물에서 시체를 건지려는 요원들의 고군분투가 주요내용이다.

스케일이 크지 않고 요원들의 잔잔하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따라가기 때문에 

초반에는 영화가 과연 재미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점차 집중하게 되면서 영화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밧줄을 차에 걸어 시체를 건지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낡은 밧줄이 끊어지고 새로운 밧줄을 구하려하지만, 전쟁을 겪은 마을에선 어려운 일이다.

요원들은 이 밧줄을 구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지만 ㅋㅋㅋ

이야기는 계속 요원들의 뒤통수를 때리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더해서 일행에 합류한 소년 '니콜라'의 공을 구하는 일까지.

멘붕의 연속이다.



"카티야와 같이 자. 보스니아인들을 위해서 말이야."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연인 'B'(팀 로빈슨)

그의 자칫 미친자로 보이는 행동과 실없는 농담은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킬링포인트였다.


팀 로빈슨을 위시한 유머와 경쾌한 음악.

이 모든 것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배경과 합쳐지자 굉장히 격이 있는 비평으로 느껴졌다.


영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희극 속 비극처럼 전쟁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길 한가운데 죽은 소로 함정을 파 폭탄을 터트리려하는 일이나 민간군인에게 포로로 잡힌 이들.


영화를 보다 보면 무거운 소재를 유머로 녹여낸, 잘 만들어진 영화란 생각이 들게된다.



"당신들은 여기서 하는 게 없어요. United Nothing."


전쟁을 중재하기 위해 나선 UN의 모습도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분명 평화를 위해 나섰지만 정해진 법을 지키느라 정작 지역주민들을 무시하게 되다니.

어찌보면 그들보다도 총하나없이, 제대로된 사건해결 없이 이곳저곳을 애쓰며 돌아다니는

NGO 요원들이 더욱 대단해보인다.


<어 퍼펙트 데이>은 결말까지 꼭 봐야하는 영화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끝의 끝에 사건이 어떻게 되는지 나오는데,

아 정말 ㅋㅋㅋㅋ 감독이 작정하고 아이러니를 말하고 싶어하구나 느꼈다. 너무 매력적이었다.


오랜만에 정말 취향에 맞는 백프로 만족스러운 영화를 본듯하다.

예측불가능한 여정과 그 속에서 시종일관 빛나는 유머와 희망.

전쟁이란 비극을 바라보는 낭만적인 시각. 


정말 완벽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