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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족보 없는 것들의 반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할까?"


흥행 할 당시는 너무 잔인하고 자극적이라 아예 볼 생각을 안했는데

작년과 올해 대한민국에 일어난 사건을 보며, 영화는 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ㅎㅎㅎㅎ보게 됐다.


<내부자들>을 볼 꺼면 감독판으로 봐야한다는 지인의 추천으로 찾아보니

<내부자들:디 오리지널>의 상영시간 무려 3시간... 후덜덜

장장3일에 걸쳐봤다... (물론 재미가 있었다면 순식간에 봤겠지...)

보고 난 뒤 결론! 흥행하는 영화는 흥행할때 보자!



유력한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와 미래자동차 오회장(김홍파),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는 

대한민국을 휘두르는 유착관계이다. 이들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는 이들의 비자금 파일을 

몰래 빼돌려 20년간 따르던 이강희에게 전하지만, 발각이 되고 폐인이 되어 버려진다.


빽 없고 족보가 없는 경찰 출신 검사 '우장훈'(조승우)은 마침내 대선을 앞둔 대대적인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는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비자금 파일을 가로챈 안상구 때문에 수사는 종결되고, 

우장훈은 좌천된다.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하려는 정치깡패 안상구. 

비자금 파일과 안상구라는 존재를 이용해 성공하고 싶은 무족보 검사 우장훈. 

그리고 비자금 스캔들을 덮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와 재벌, 그들의 설계자 이강희.

과연 살아 남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뭐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내부자들> 주요 줄거리인 정치권-언론-재벌의 유착관계

현실에 있었던 여러 사건이 떠오르는데, 찾아보니 더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충격적이었던 성접대씬들도... 

현실은 의혹으로 남아있고, 당사자들은 떵떵거리며 아직까지 잘살고 있으니

영화보다 현실이 더욱 비극이 아닌가 싶다.


영화는 이들이 국민을 기만하고 겉과 속을 달리하는 모습을 굉장히 직설적이고 1차원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성접대씬들은 품위있어 보이는 그들이 얼마나 구린내를 풍기는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효과적인 장치인 것 같았다.


한국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성접대, 술집여자 희롱씬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수컷의 힘을 날것 느낌으로 보여준다는.... ^^ 


성접대 씬은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지만, 개봉당시 안보고 조금씩 스포를 당한 뒤에 보니

마음에 준비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충격이 덜 했다. 

안상구의 팔을 자르는 씬도 <범죄도시>를 보고 봐서 그런지 ㅋㅋㅋㅋ임팩트가 크지 않았다.

이래서 영화는 핫할때 봐야되는건가 싶었다.



"너 나랑 영화 한 편 찍자."


이들을 무너뜨리려 하는 족보 없는 것들, 정치깡패 안상구와 검사 우장훈.

이병헌과 조승우의 연기력(더해서 백윤식!)도 <내부자들>이 당시 핫했던 이유 중 하나인것같다.

이병헌은 인트로에 시작되는 인터뷰 씬부터 ㅎㅎㅎ 라면먹는 씬까지 정말 어느하나 빠질것없이 인상적이었다.

못배웠지만 카리스마와 여유가 있는 안상구라는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이병헌을 보며

역시.. 연기는 깔 수가없어,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면 조승우는 백윤식와 이병헌에 밀린다는 의견에 어느정도 공감했다.

물론 능글맞은 눈웃음과 걸걸한 입담으로, 우장훈이란 캐릭터를 잘 소화해주긴 했지만

자꾸 내눈엔 쟁쟁한 동료들에게 밀리지않으려하는 부담감을 가진것처럼 보였다(궁예지송함다)

약간 오버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내가예민해서 그렇지 우리 승우오빠는 죄가 없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이강희 역할의 백윤식.

얼핏 우아해보이나 더러운 정치판 설계를 도맡아 한 이강희란 인물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냈다.

백윤식이란 연기자는 영화에서 항상 같은 연기스타일을 보여주는 것같은데

희한하게 왜이렇게 늘 인상깊은건지, 신기하다. 이게 연기내공이란거겠지ㅎㅎ


 

이야기는 상상했던 그대로 뻔하게 진행된다.

3시간 감독판을 왜 보라고 한건지, 일반판을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 없지만

찾아보니 인물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장면이 추가됐다고 하니, 좀 더 개연성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감독판을 봐도 아쉬운게 많은 영화였다.

우선 영화의 사건과 악당들이 너무 1차원적이었다.

입만 열면 뻔한 대사를 읊으며 국민을 무시하는 캐릭터들은 정재계를 다룬 한국영화에서 늘상 보는 인물들이었고,

이들이 하는 행동, 사건 모두 차별성을 느낄 수 없었다.

뻔한것도 다르게 보여줄수 있는게 연출인데... 많이 아쉽다.


결말도 마찬가지다. 깡패와 검사가 만나 갑자기 친해지고 오글오글 우정을 나누는게 ㅋㅋㅋ

왜이렇게 낯간지럽게 느껴지는지ㅜㅜ. 이들이 결국 시원하게 복수를 하는게 너무 판타지적이었다.

개고생한거에 비해 너무 쉽게 해결되는 느낌.


우장훈이란 캐릭터도 초반엔 정의감도 있지만 어느정도 권력도 추구하는 입체적인물이었지만... 

결말에 가면... 너무나 뻔해지는 인물이 된다 ㅜㅜ

깡패 안상구도 나쁜짓서슴없던 사람이 갑자기 부하와 여자에게 약한, 정많은 사나이가 되어 있다.


결말의 판타지적 해피엔딩도 감독이 조금 느낀게 있는지

감독판에서 마지막에 백윤식의 전화장면을 넣어줬는데, 중화된 느낌이긴했지만ㅋㅋㅋ뭔가 오글거렸다.



<내부자들:디 오리지널>. 상영할때 봤더라면 조금 더 재밌게 봤을텐데... 아쉬운 영화였다.

이병헌의 연기, 현실과 똑같은 나쁜 놈들 등 영화가 가진 매력적인 키워드가 많으나

스토리와 연출이 이 키워드들을 뛰어넘어넘지 못한 영화였다.


물론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와 반전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영화였다.

원작인 미완결 웹툰은 작가가 자신의 부족함을 느껴 재계할 계획이 없다고 하니,

이 스토리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