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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마이크롭 앤 가솔린 (Microbe & Gasoline, 2015)


(2016.11.30 작성)


상영시기 놓쳐서 다시 보기까지 엄청 기다렸던 영화.


예고편에 소년 둘이 아기자기 자동차를 만들고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기다렸던 영화였지만.. 보려고 찾아보니 이미 영화관에선 찾을 수 없더라ㅜㅜ


인터넷에 뜨길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봤다.

사실 보고 난 후까지 감독이 누군지도 몰랐다.

미셸 공드리라니...  영화를 보면서도 그냥 신인 감독이겠거니 했으니

 아마 감독만의 몽환적인 느낌이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적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보고나서 생각하니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한 감성이 감독의 개성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아이 둘이 바퀴달린 집을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게,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몽환적인 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줄거리


소심한 성격과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으로 학교에서 주변인으로 겉도는 다니엘.

작다는 이유로 마이크롭이란 별명이 있으며 예쁘장한 외모로 여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다니엘의 학교에 전학온 테오는 특이한 모습과 행동으로 첫날부터 주변인으로 낙인이 찍힌다.

기계 만지길 좋아하고 아침마다 아빠를 돕기 때문에 가솔린 냄새가 나서 별명은 가솔린.


마이크롭과 가솔린은 첫날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보고 친구가 된다.

남들에게 얘기하지 못했고, 않았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둘.


마이크롭과 가솔린은 고물상에서 엔진을 주워다 자동차를 만들고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행복한 일탈을 준비한다.



인생을 살면서 사실 잘 맞는 친구를 한명이라도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다.

10년을 만나도 한순간에 멀어지는게 사람일이고, 현실의 나도

테오와 다니엘 같은 친구가 있나? 떠올리면 할 말이 없어지니까...


그런점에서 한명일지라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테오와 다니엘이 참 부러워졌다.


나를 포장하기에 급급하고 내뱉는 말마다 거짓말이 섞인 것같아 죄책감이 느껴지는 요즘

상대가 내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하지 않고 꾸밈없이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임을 느낀다.



특히 둘의 관계에서 테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설 데미안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니엘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응원하는 테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테오를 보면서 다니엘도 자신을 찾아간다.


"우리가 미래를 혼쭐내 주는거야"


"미래를?"


"그래. 완벽한 자유의 꿈을 이루는거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


"그냥 스쿠터를 사면되잖아."


"그건 너무 비싸고 하나도 안 멋있잖아."



학창시절, 훌쩍 여행을 떠나는 로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거다.


여행 내내 나도 꼬맹이가 되어 저 뒷자석에 탄 것 같았다.


영화라서 가능할지 모르는 무모한 도전이지만

이 대책없는 낭만적인 모험에 나도 신나서 동참한 기분.


미셸 공드리의 몽환적 느낌이 없다는 말은 정정해야겠다.

소년들과 함께 하는 이 동화속 여정이 바로 몽환이 아니고 무엇일까.



"많이 컸네 우리아들."

"아니, 세상이 줄어든 거에요."


순탄치 않은 여정. 여러 사건과 다툼도 있었지만 서로가 있기에 모험도 완성된다.




다 보고 후기를 찾아보니 결말에 관해 호불호가 갈리는 듯하다.

나는 좋았다. 처음에서 시작해 끝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의 중간 어딘가를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영화가 끝나도 다니엘과 테오의 이야기는 끝난게 아니라 계속될테니까.


마이크롭과 가솔린도 계속 붙어있다면 현실이란 이름앞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며

헤어지면 아름다운 추억을 반추하며 영원히 서로를 기억하겠지.


그래도 명확한 해피엔딩이 아닌 이상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한편으론 이 둘이 다시 만나 우정을 나누었을 거라는 대책없는 낭만이 생기기도 한다.


영화자체는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였지만 지루하지 않게 잘본것같다.


아이가 성장하는 영화는 항상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