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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반 소설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요즘 머리 아픈게 싫어서 책을 읽다말고, 읽다말고 반복 중인데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생활 관련 가벼운 에세이고 적당히 유쾌해서 그런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에세이 좀 찾아 읽어야지...


장강명 작가는 <한국이 싫어서>, <댓글 부대> 등의 소설로 알고 있는 작가였다. 

ㅋㅋㅋ완독하진 못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 책을 먼저 읽은게 장강명이란 사람이 어떤 사고를 가진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작가의 소설을 읽는데에 도움이 될 듯 싶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작가가 오년 만에 보라카이로 신혼여행을 가는 수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여행을 말하는 이야기 만이 아니라 시월드, 딩크족 등 작가 부부의 상황으로 인해 현재 한국사회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주제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사회가 바라보는 기준에 대해 다시, 작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나온다.


작가 스스로도 대학에서 이공계 전공을 하다가 기자가 됐고, 다시 기자 생활을 십년 넘게 하다가 뛰쳐나와 소설을 쓴 사람이다. 작가의 아내 HJ도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점이나, 두 사람이 결혼식을 하지 않고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 코스를 밟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작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지금 한국 사회가 얼마나 많은 허례의식으로 고통받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

HJ의 일화 중에 자신은 어렸을 때 파티초대장을 받으면 신났었지만, 최근 사무실 동료가 청첩장을 받고 또? 라고 말하며 가기 싫어했다는 장면이 인상깊다. 축복받고 행복해야할 결혼식이라는 의식이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다른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것인가를 인정받는 자리가 된 것이다.


HJ와 작가의 부모가 사이가 안좋다는 점도 인상깊었다. 아니, 사이가 안좋아도 이를 중재하지 않는 작가의 태도가 인상깊었다. ㅋㅋㅋ여기서 비유가 굉장히 웃긴데 ㅋㅋ LPG 가스통과 화기를 서로 친하게 만드는 작업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는다고 해서 ㅋㅋㅋ 진짜 한참을 웃었다. 결국 명절에 HJ는 시댁에 가지 않는다. 작가의 말로는 아내가 자신의 부모님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그녀에게는 자신의 부모가 성차별, 출산과 육아, 유교, 대한민국 자체라는 상징이여서라고 말한다. 여기서 큰 놀라움을 느꼈다. 이것을 깨닫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를 깨닫고 아내와 자신의 부모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 하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싶다. 우리집도 엄마가 시댁에 명절에 가지 않은지가 몇년 됐다. 마침 오늘은 추석. 나는 해주는 음식 집어먹는 어린애였지만 곁에서 딸로서 엄마가 얼마나 많은 노동을 겪었는지 안다. 그리고 그것이 성차별이었음을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방금 본 신문기사도 명절 때 이혼율이 높다는 기사여서인지 괜히 별별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생에는, 부잣집에서 태어났건 아니건 간에, 그리고 부모가 뭐라 하건 간에,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벌여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다. 그건 사는 게 아니다.


부모가 설계한 대로 살아가는 애완인간을 말하며 작가가 하는 말.

아직도 캥거루족인 나에게는 살짜쿵 먼세상얘기지만 용기를 주는 부분이었다.


여행에세이인데 사족이 많았지만 ㅋㅋㅋ 어쨋든 여행 얘기로 돌아가자면, 소설가의 에세이답게 여행에서 겪는 아주 사소한 일들에서 영감을 받아 다른 상상으로 생각을 펼쳐가는 작가의 능력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가령 아주 배가 고픈 상황에서 탄수화물과 인간심성의 관게에 대해 고민하는 것ㅋㅋㅋㅋ

나같으면 그냥 ㅋㅋ 사람이 힘들때나 배고플때 인성이 나온다, 하고 마무리 짓고 마는 것을 작가는 역시 이과사람이라 그런지 ㅋㅋㅋ 여러 조건에 따른 실험결과를 예상하고 대입하는데 ㅋㅋ 이게 참 귀여웠다.


작가의 여행기는 어떤 여행이 그러하듯 순탄치 않다. 생각지도 못한 일정의 차질이 생기기도 하고 힘든 상황에 서로 예민해져서 아내와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것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마지막에가서는 아쉬움을 느낀다. 소설 <다이어트의 여왕>에서 여행에 관한 아주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빠르기 지나가는것처럼 느끼는 것은 시간이 겹겹이 쌓여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때문에 지나치는 시간을 잡고, 즐기려면 여행을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이 책이 딱 이 구절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아 나도 여행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