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일반 소설

아무튼, 스릴러 - 이다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작가가 글을 쓰는 아무튼 시리즈. 

예능, 술, 떡볶이 등 관심 가는 주제가 많았는데 마침 도서관에서 <아무튼, 스릴러>가 보이길래 바로 빌려봤다.

 

스릴러라는 정의가 애매모호해서일까, 아님 에세이의 형식 때문일까, 책의 첫머리가 좀 두서없는 느낌이어서 기대치가 확 식을뻔 했는데 다행히 작가가 스릴러라는 장르를 어떻게 입문했고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진 덕후인지 드러나면서 책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 스릴러는 사건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반전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등의 특징이 있으나 딱! 무엇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범죄, 추리, 미스터리, 공포 등 많은 부분에 발을 뻗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도 스릴러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소설을 이야기한다. 작가님의 장르사랑이 여기서 드러나는데 참 많은 유명소설이 언급되서 나중에 읽어봐야지, 하며 메모하기 바빴다. 간만에 독서열이 불탔음 ㅎㅎ

 

책 내용 중에 스릴러의 특징인 반전에 대한 얘기가 인상깊다. 반전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져서 '스포'에 예민해지고 오히려 나중에는 반전 치우쳐져 소설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행태가 많아졌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재미와 완성도가 우선이고 놀라는 건 덤일텐데 나또한 생각하니, 소설이나 영화 속 반전을 찾아해매고 오직 반전만을 따져 작품을 평가하는 일이 많았던 점에 반성이 든다.

 

스릴러의 장르 중에 코지미스터리와 이야미스(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처럼 뒷맛이 씁쓸한 소설)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영미권뿐만 아니라 일본 작품 언급 비중이 높아서 확실히 일본이 이 장르에선 유명하구나를 느꼈다. 코지미스터리는 나도 과거에 관심이 생겨서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를 읽은 적이 있다. 재미없지는 않았지만 백프로 내취향은 아니었으므로 책 내용 중에선 관심이 많이 가는 부분은 아니었다.

 

한편 책의 후반부에 갈수록 어떤 사람은 불편할 수 있겠구나 싶은게,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이 점점 많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과거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남성이 주인공인 스릴러 책이 많았지만 요새는 여성이 주인공인 스릴러가 많아졌고 내용도 다른 점이 많다고 한다. 흐름에 관해서는 사실인 내용이지만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에세이특성상 두드러지므로 어떤 사람은 거부감이 생길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나는 재밌었음.

 

책의 후반부를 채운건 스릴러와 현실이 만나는 지점이다. 스릴러를 좋아한다고 실제 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나 이 두가지를 떼어내고 볼 수 없다는 것. 스릴러는 내가 안전한 낙원에서 읽어야 재밌지 만약 현실이 위험천만한 상황이면 안된다는 것. 스릴러가 현실 범죄에서 기인하고 또 스릴러의 보편적 양상이 현실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