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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일반 소설

홀 The Hole - 편혜영

편혜영 작가의 소설은 처음인데 책장이 잘 넘어가면서도 글의 분위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와서 마냥 읽는게 쉽지는 않았다.

 

글의 주인공 오기는 한순간의 차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고 보조석의 아내는 죽게 된다. 참담한 상황에 그래도 살 의지를 다잡지만 그의 주변상황은 점점 암울해지기만 한다.

 

처음엔 주인공에 이입되어 방에 갇혀 사지를 못움직이고 간병인이나 장모님이 하는 짓에 휘둘리는 상황에 읽기 힘들었는데 과거 죽은 아내와의 일화가 서서히 드러날수록 오히려 읽기가 편해졌다.

1인칭이라 바로 보이진 않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완전체 같아서 좀 소름이었는데, 자신이 한 잘못은 그럴수 있었다는 실수로 넘기고 아내와는 은근히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겪어야 할일이 정당화되지는 못했지만 나중가서는 오히려 속시원한 느낌이었다. 

 

'홀'이라는게 참 많은 의미를 지니는데 단순한 구멍이 아니라 '홀로'를 뜻하기도 하고 사람 안에 있는 구멍, 공허함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내를 고립된채 '홀로' 남겨둔 오기는 자신이 진정 '홀로'가 되서야 아내를 되돌아본다.

죽은 아내와의 일들을 생각하며 이랬어야 했다, 저랬어야 했을까 계속 아내를 생각하는데 그렇게 되짚어보면서도 결국 홀에 들어가서도 아내의 홀을 이해하지 못한다는게 참 아이러니했다.

 

홀에 떨어진것처럼 점점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이야기. 공허함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