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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액트 오브 킬링 (The Act of Killing, 2013)


보고싶어서 담아둔 영화긴 했지만 선뜻 손이 안갔다.

그리고... 오늘하루 내내 집에 있지 않았으면 못 볼 영화였다.

2시간 40분 영화를 쉬었다보느라 하루내내 봤으니...


정말 역겹고 잔인해서 보다가 멈추고, 보다가 멈추고.. 겨우 봤다...

(잔인한장면이 많은것도아닌데...)



1965년 인도네시아는 군부가 정부를 장악했다. 

이들에게 저항하면 공산주의자로 몰렸고, 

100만명이 넘는 노조원, 무전 농민, 지식인, 화교 등이 살해됐다. 

군은 불법무장단체와 폭력배인 프레만들을 살인에 동원했다. 


40년이 흐른 현재, 대학살을 주도한 암살단의 주범 '안와르 콩고'는 국민영웅으로 불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이들은 자랑스럽게 자신들이 한 일을 얘기하는데...




'극장 프레만' 안와르 콩고.

극장 앞에서 암표를 팔던 폭력배였던 그는 공산당 때문에 재밌는 미국영화를 상영할 수 없자 분노했다고 말한다.


프레만이란 '자유인'이란 뜻으로, 자유로운 영혼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

사실상 높은 이들에게 돈을 받고 사람을 죽였던 살인자들.



그들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를 하며 과거 살인현장을 재현해낸다.

살인 주범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자신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다는 걸 몰랐다고 회피하며 부정하는 자도 있고

공산당들은 마땅히 죽여야한다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자도 있고

그때의 일을 자신의 권력을 보여주는 일화로 여기며 자랑스레 떠벌리는 자도 있다.


이들은 대학살의 이유를 어떻게든 정당화한다.

이럴때 공산당이란 프레임은 얼마나 쉬운지.. 

공산당이란 말은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는 칼이 되고 비난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방패가 된다.




영화를 보며 어쩜 우리나라의 모습과 이렇게 같은 건지.. 소름이 돋았다.

이게 정말 인류의 역사인가 싶었다.


우리나라와 단 하나 다른게 있다면 저들은 아직 현재진행중이라는 것?

아직도 프레만들은 지역사람들의 돈을 뜯고, 권력을 얻고 군림하고 있다.

(나라의 주요간부들이 무장단체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


오히려 국영방송에 나와 그들이 공산당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해맑게 웃으며 그들을 어떻게 죽이고 고문했는지 말하는 모습이...

사회자고 가해자이고 진짜 너무 역겨워서 죽을꺼같았다.


갱 영화에서 살인방법을 배워 직접 전선으로 목을 조르고, 머리를 벴다는 안와르 콩고.

영화 내내 어떻게 저렇게 무식한 인간들이 그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었는지 화가나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재연 배우가 어렸을적, 자신의 중국인 새아버지가 프레만에게 끌려가 죽은채 돌아온 사실을 얘기한다.

이런얘기를 한다고 유감은 없다고 잘지내고 싶어서 얘기하는 거라고...

당사자들 앞에서 태연하게 웃으며 그때 할아버지와 시체를 어떻게 묻었는지 말하는데...


아 ... 정말 너무 먹먹해서 한참을 일시정지해놓고... 멍때렸다.


다큐형식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사실, 그렇게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수다와 유머로 시트콤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이게 영화가 아닌 실제라고 깨닫을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안와르 콩고의 말처럼... 영화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가짜지만...

이들은 사람을 죽였다. 수백만명을. 그리고 그 사실을 해맑게 웃으며 말하고 있는거다.

이보다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가 어디있을까.




기만으로 시작해서 기만으로 끝나는 영화.

안와르 콩고가 쓴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면.

피해자가 상을 안와르 콩고에게 걸어주며 말한다.

"날 처형하고 천국으로 보내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드립니다."


안와르 콩고는 이렇게라도 귀신이 나오는 불면의 밤을 만회하려 했던 것일까.

죄책감으로 악몽을 꿔왔다는 그는 재연을 하는 내내 점차 표정을 굳히고 

마지막에 와서는 눈물을 보인다.


과연 그는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것일까...? 

아니면 악어의 눈물일까..?



그가 정말로 뉘우치는 것인지, 거짓된 연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어쨋든 그는 살아있으므로.

피해자는 모두 죽어 말을 할 수 없는데, 그는 좋은 양복을 입고 좋은 구두를 신고

죽을 땐 편안하게 눈감을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