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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세대교체를 위한 발버둥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거의 신화로 대체된다는, 수많은 덕후를 양성했던 스타워즈 시리즈.

이전 편인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재밌게 보기도 했고, 평론가 평이 너무좋길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보고왔다.


그 전 시리즈들을 보지 못해서 이해가 가지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깨어난 포스>를 봤다면 문제없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시리즈를 처음부터 차곡차곡 봤다면 더욱 큰 재미와 감동을 느꼈을 것같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반응을 살펴보면 해외도 그렇고 국내에서도 굉장히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영화가 될 것같다. 

민간인(?)인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좋았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별로였던 부분들도 분명히 있는, 호와 불호가 동시에 이해가 가는 영화였다.

두시간 반이라는 런닝타임이 다소 지루하게도 느껴지는, 무난하게 봤지만 끝나고 나니 특별히 생각나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웠던 영화가 될듯하다.



줄거리


악의 세력인 무자비한 '퍼스트 오더'가 은하계를 장악한 시대.

레아 장군이 이끄는 저항군은 승리의 불씨를 지필 마지막 희망을 찾아 '레이'를 과거의 영웅 '루크'에게 보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루크는 이를 거부하고, 레이는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특별한 힘인 포스를 깨닫고 

뜻밖에 퍼스트 오더의 실세 '카일로 렌'과 교감하게 된다.


한편 저항군 일행은 퍼스트 오더의 공격으로 부터 벗어나려 노력하는데...


주의!!! 스포가득 O



스타워즈 시리즈.

오리지널 - 새로운희망(에피4) / 제국의 역습(에피5) / 제다이의 귀환(에피6)

프리퀄 - 보이지 않는 위험(에피1) / 클론의 습격(에피2) / 시스의 복수(에피3)

시퀄 - 깨어난 포스(에피7) / 라스트 제다이(에피8) / 에피소드 9 


오리지널이 주인공들 이야기라면, 프리퀄은 그 부모님이야기, 현재 개봉중인 시퀄은 자식세대의 이야기다.

시퀄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렸을때, 사람들은 환호하면서도 올드한 이야기를 어떻게 현재에 맞게 보여줄 것인가 우려했었다.

다행히 <깨어난 포스>는 기존의 서사를 망치지 않으면서도(오히려 답습해주면서) 새로운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이번 <라스트 제다이>는 영화내내 옛것은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거야!를 외치고 있는듯하다. 세대교체를 해야한다는 강박까지 느껴질정도로.

영화 상에서 포스의 영으로 화한 요다와 루크가 제다이의 오래된 서적들과 나무를 태우는 장면이 이를 대표한다.

케케묵은 오래된 고서를 전승하기 위해 간직했지만, 사실 이런 것들이 중요한게 아니라고, 중요한건 루크가 레이에게 자신이 겪었던 모든것들,

특히 실패를 가르쳐 주는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장면은 분명 이야기를 말하는 것처럼 보여도, 동시에 시리즈 자체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영화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일까? 



<깨어난 포스>에서, 이전 시리즈의 주인공 중 한명이었던 한 솔로가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었다면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루크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인공을, 세월이 흘러 다시 스크린에서 본다는게 굉장히 큰 감동을 줬다.)


저항군이 당신을 필요로 하다는 레이의 설득에도 루크는 이를 차갑게 거절한다.

사실 저항군 수장인 레아와 한 솔로 사이의 아들 카일로 렌이 루크에게 제다이가 되기 위한 가르침을 받다가 

시스(다크포스)쪽으로 빠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루크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잠깐! 세계관을 짤막하게 설명하자면, 은하계에 '포스'란 힘이 있고 이를 이용하는 방식에 따라 선한 세력과 악한 세력이 있다.

제다이는 포스를 수련하는 기사?들이며 악한 쪽으로 물들게 되면 시스가 된다.


루크는 젊었을 적 다크포스에 대한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지만 결국엔 다크베이더를 설득해 다시 선한쪽으로 되돌리는데 성공한다.

그런 그가 후계양성을 하다가 카일로 렌 안에서 꿈틀거리는 다크 포스에 불안함을 느끼고 다크 베이더의 전철을 밟을까 두려운 마음에

카일로 렌을 죽이려 한다. 결국 멈추긴 하지만 카일로 렌이 이를 보고 뛰쳐나가 수프림리더 밑으로 들어간다.


물론 루크도 불안한 인간이며, 영화 상에서 요다와의 대화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실패하며 성장해나가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버지인 다크베이더의 경우를 겪은 그가, 악의 유혹을 받았던 그가 또다시 그런 선택을 하려했다는 데에 의문이 조금 들었다.

주요 빌런이 될 카일로 렌의 정당성을 만들어주기 위해, 빛내기 위해 구캐릭터가 붕괴되고 희생된 느낌도 들었다.


또한 이런 루크 캐릭터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의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고, 설정구멍들이 보였는데



먼저 레이. 자쿠행성에서 가족을 기다렸던 그녀는 <깨어난 포스>에서 핀을 만나고 우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 안에 존재하는 포스를 깨닫게 되는데, 여기서 조금 이해가 안갔던 것은, 그녀가 너무 먼치킨스러운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물론 굉장히 큰 잠재력은 주인공의 자격으로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아무리 천재적인 캐릭터라도 몇 년을 수련하는데에 반해 

그녀는 자신의 힘을 깨달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카일로 렌을 상대하고, 루크를 놀래킨다.


주요 떡밥이었던 레이의 부모와 정체는 <라스트 제다이>에서 결국 아무것도 아님을, 맥거핀이었음이 드러나는데

이것이 선택받은 자가 아닌 '아무것도 아닌 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뒤에 또 얘기하겠지만,) 이번 시리즈가 말하고자 하는 큰 테마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가 별도의 수련이나 노력의 시간없이 세계를 씹어먹을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게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떡밥들도 아쉽고)


 또 다른 주인공인 핀은 전편에서 스톰트루퍼임에도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저항군쪽으로 돌아서게 된 캐릭터로,

레이와 함게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이번 편에서는 아쉽게도 주목할만한 특징은 보여주지 않는다.

레이와는 떨어져서 '로즈'라는 캐릭터와 함께 또 다른 줄거리를 이어감에도, 영화 자체가 핀을 깊게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었고

전편의 레이와 우정과 사랑사이의 멜랑꼴리가 갑자기 없어지고, '로즈'와의 이상한 로맨스라인이 이어져서 조금 당황스럽기도했다.

카일로 렌과 레이를 이어주기 위한 밑밥인것인가? ㅋㅋㅋ


카일로 렌. 이번 편에서 다스베이더급의 빌런을 만들기위해 많이 노력한것같다.

무표정을 가장한, 정적인 외면과는 달리 속마음은 중2사춘기급 방황을 겪고 있는 캐릭터.

얘야 말로 진짜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난리다. 물론 영화에서는 친절하게 왜이런 방황을 겪는지 알려주고 있기는 한데

얘를 위해 주변캐릭터들이 많이 갈려나간 느낌이고 영화 후반부에서는 동요하는 모습이 밖으로 까지 표출되서

수프림리더 스토크의 말대로 가면쓴 꼬맹이가 과연 나머지 9편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살짜쿵 의문이들기도했다.

그래도 가면을 드디어 벗었고, 레이와의 묘한(그러나 대놓고 떠먹여주는) 로맨스에 심장저격당했기 때문에...

미국광수에게 설레다니... 지는느낌도 들지만 마지막 편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한편 또 다른 캐릭터인 스노크. 다크포스의 수장이고 강력한 포스를 쓸 수 있지만, 이전에 계속 떡밥을 뿌린것치고는 그의 끝이 너무나 쉬웠다.

이 또한 맥거핀으로, 카일로 렌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 쓰인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기대했던 베니치오 델 토로는 도대체 뭐란말인가... 캐릭터 활용도 아쉬운 측면이 많았다.)


이밖에도 기존의 캐릭터고, 새로운 캐릭터고 간에 모두 약간은 이해가 가지않는, 개연성이 부족한 모습들이 보였는데

이를 새로운 시리즈를 위한 변화로 받아들이거나 캐붕이라고 생각하거나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듯하다.



앞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이번 <라스트 제다이>는

선택 받은 자가 아닌 주변인들, '아무것도 아닌 자'들도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무언가를 이뤄낼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는 여성, 하층민, 지나가는 엑스트라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초반에 등장하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대의를 이루는 여자 전투기 조종사를 시작해서 

그녀의 동생 '로즈'는 거의 이번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정도로 분량이 크다.

로즈는 동양인 여자로, 비행기가 오고가는것을 관리하는 말단요원이다. 그런 그녀가 핀과 마주치게 되고 그와 함께 함선을 구할 모험을 겪게 된다.


하지만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도 이를 표현해주는 스토리와 연출은 조금 아쉬운 느낌이었다. 

핀과의 뜬금없는 로맨스라인과 오글거릴정도로 유치한 전개. 

살아남아야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중요테마도 로즈의 입에서 나오지만 이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참...

핀이 가미카제하려는 것을 막고 사실은 사랑하기 때문에 구했다고 말하는 장면 뒤로 퍼스트 오더에 의해 방어해야 할 문이 터진다.

이때 아... 디즈니가 스타워즈 판권을 샀었지 ㅋㅋㅋ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실패를 감수해도 살아남아 희망의 씨앗이 되어야 함을 보여줘야 함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핀과 로즈의 모험이 모두 실패로 끝난것같아 아쉬웠다.


이 밖에 퍼스트 오더와 싸우는 많은 엑스트라에 영화는 집중하지만, 사실 전투씬에서 너무나 어이없고 쉽게 많은 이들이 죽어간다.

어쩔 수 없는 스타워즈만의 연출이라는 것을 알지만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바와 상충되는 느낌이었다.

주인공들은 어떤 고난에도 살아남고, 그밖의 주변인들은 격렬한 전투씬을 보여주기위해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 꼴이다.

이럴꺼면 사이드스토리인 <로그원>에 그치거나 아예 그방향으로 가버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워즈시리즈의 뼈대인 영웅서사를 아예 탈피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려도 영화로 납득가능하다면 이해가 갔겠지만... 글쎄?


그래도 출신도 평범보다 못한 레이가 그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개연성은 뒤로하고), 

동양인 여성인 로즈가 극을 이끌어가고(핀의 도구캐릭으로의 전락과 오글거림은 뒤로하고)

발암캐릭인 줄 알았던 홀도제독이 신의를 지니고 감동적인 희생을 하는 등(하이퍼스페이스의 설정 구멍은 뒤로하고)

여성이 영화에서 주도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고 신선했다.



한편 영화를 보면서 조금 더 아쉬웠던 부분을 적어보자면,

두시간 반이나 되는 러닝타임을 자를건 자르고 조금 더 속도감있게 다뤘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시리즈 중 가장 암울하고 진지하다는 홍보처럼 여러 인물들을 다루고, 그들의 내면과 포스의 선과 악을 심도있게 다뤘다는 평도 있겠지만,

내가 볼때는 여러 인물들의 내용이 조금 두서없었고 뜬금없는, 되도 않는 유머코드가 필요없어 보였다.

새로운 동물캐릭터인 '포그'등은 귀엽긴했지만 긴박한 전투씬 중간중간에 왜나오는지 이해가 가지않았고 ((나))

이밖에 실없는 유머대화들은 내기준 재밌지도 않았고 몰입감만 방해했다.


전투씬들도 보는재미는 있었지만 전술이나 계획없이 무작위로 싸워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퍼스트 오더는 왜이리 무능력하게 저항군 함선을 쫓아가는 것이며 그 긴시간 긴장감 없는 연출는 또 뭐고, 저항군은 불나방처럼 계획없이 왜저렇게 죽어대는 거지?

또한 스케일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소규모의 애들싸움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


제일 중요한 광선검 대결씬들도 중세풍?의 수프림리더의 빨간 호위기사들처럼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받았지만,

확실히 속도감과 스릴감을 중시하는 현재에는 조금 올드할 수도 있는 소재인 것 같아서 연출의 중요성을 느꼈다.



도망으로 시작해서 결국 도망으로 끝난 <라스트 제다이>

답답할수도, 통쾌하지도 않은 이야기였지만 결국은 살아남아야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였다.

루크또한 이를 알기에 자신을 희생해 저항군의 마지막을 만들어주었고. (루크의 마지막...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많지만)


영화를 보고 집에서와서 바로 적은거라 글이 너무 갈팡질팡 너무 두서없었지만ㅜㅜ

좋았던 점 별로였던점들이 많았고 그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았던 영화였다.

글은 호보다는 불호에 조금 치우쳐있는 것 같지만 ㅎㅎ 이후 나올 에피소드9을 기다려야겠다.


그리고... 영원한 레아공주 '캐리 피셔'. 포스가 함께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