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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피터팬을 위하여 <몬스터 콜>


네이버나 옥수수 무료영화 중에서 괜찮은 영화를 하나씩 발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몬스터 콜>도 꼭봐야지, 했다가 극장에서 놓쳐서 아쉬운 영화였는데, 이번에 옥수수에서 무료로 풀길래 얼른 시청!


옥수수 무료영화


아이가 나오고, 나무괴물이 나오길래 판타지가 가미된 동화같은 영화일꺼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이 마냥 행복하고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그럼에도 괜찮다고 하는 영화였다.

아이가 아닌데도, 다 자랐음에도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나와 같은 어른들을 위로해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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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아이라고 하기엔 크고, 다 자랐다고 하기엔 아직 어린 '코너 오말리'는 아픈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코너는 시한부 엄마의 치료에 희망을 가지지만 쉽지 않고, 학교생활은 친구들의 구타로 엉망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코너의 방으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거대한 '몬스터'가 찾아온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코너에게서 네번째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 말한다.

코너는 괴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외면했던 마음 속 상처들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이 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이처럼 우리는 성장하려면 세계를 부수는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 

<몬스터 콜>의 코너도 '상실'이라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는 아직 어린 코너에게 부당하게느껴질정도로 버겁기만 하다.


하지만 영화는 아이가 겪는 상실의 아픔을 단순히 달래주려하지 않는다.

착한 동화와 같이 아이에게 세상의 밝은 면을 보여주고 용기를 북돋아주지 않는다.


괴물은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은 마냥 밝지않고, 인간은 악할 수 있으며,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지 않음을 알려줄 뿐이다.

아이에게 들려주기엔 비정할정도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괴물은 끝에가서 말한다. 그래도 괜찮아. 네가 나쁜게 아니야.

다 자랐음에도 여기저기 치이고, 상처를 받고 좌절에 빠지는, 영화를 보는 피터팬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세상은 원래그래. 늘 착한사람도, 늘 나쁜사람도 없지. 인간은 복잡하고 모순적이야. 모든 걸 선과 악으로 판단할 수 없어.

그래도 괜찮아.


 

괴물의 이야기를 들으며 코너는 자신 안의 분노를 표출하고, 결국엔 내면의 두려움을 마주하게 된다.

<몬스터 콜>은 굉장히 직설적이다. 두리뭉실하고 마냥 좋은 말로 포장하는게 아니라, 아이의 아픔을 정확히 파악한다.

그리고 괴물의 입을 통해알려준다. 중요한건 생각이 아닌 행동이라는 것을.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는 두려움을 결국 직시하는 코너처럼 영화를 보는 나도 그동안 외면했던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쩌면 악할 수도 있는, 나약할 수 있는 생각이 인간이라면 당연하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나의 행동임을 영화는 말해주었다. 



"혼 안내시는거에요?"

"혼을 줘서 뭐하겠니."


영화를 보며 인상깊었던 점은 영화의 이야기가 결국 '사랑'을 이야기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사랑의 모습이 성장통을 겪는 아이를 응원하고 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을 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그가 아픔을 이겨내는 것을 기다려주는 것이라 좋았다.


뿐만 아니라 <몬스터 콜>의 마지막을 보면, 결국 영화가 엄마의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뻔한 이야기가 아니란 점이 감동적이었다.


괴물의 목소리가 코너 외할아버지인 '리암 니슨'의 목소리로 설정된 것이나, 리암니슨이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은 있으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어쩌면 코너가 겪었던 아픔을 엄마도 겪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괴물'이란 존재가 외할아버지에게 엄마로, 엄마에게서 다시 코너로 전해진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이것이 상실의 아픔은, 결국 죽은 자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어쩌면 뻔하지만 진리인 말을,

 영화가 '괴물'이라는 설정을 통해 참신하게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코너와 잘 맞지 않은 외할머니와도, 결국 둘 사이를 이어주는 '엄마'라는 존재를 통해 서로를 감싸안게 되는것도 좋았다.



단순히 아이를 위한 동화라 생각했는데, 인간에 대한 고찰이나, 상실의 아픔 등 오히려 영어덜트를 위한 동화였던 <몬스터 콜>.

보는 내내 많은 위로를 받았고, 마지막엔 극적이지 않음에도 펑펑 울게 만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