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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한 번쯤 주목받을 자격 <원더(Wonder , 2017)>


너무나도 착한 영화 <원더>. 그랬기 때문일까,

착하고 따뜻한 영화에, 보고나와선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지만 어딘가 불편한 기분이들었다. 


줄거리


남들과 다른 외모로 태어난 '어기'는 27번의 수술을 견뎌냈지만, 모두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할로윈을 더 좋아한다.

10살이 된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엄마와 아빠는 어기를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왔지만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는 누나 올리비아도 어기의 첫걸음을 응원해준다. 

렇게 어기는 처음으로 헬멧을 벗고 낯선 세상에 용감하게 첫발을 내딛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어기는 가족들의 도움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용기를 내고,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변하기 시작하는데... 


극중 올리비아의 친구 미란다의 말처럼 어기의 가족은 부자동네에 살고, 엄마와 아빠는 이상적이며 유머러스하다.

어기의 누나 비아도 사실상 동생에게 밀려 엄마의 관심에서 밀려났다는 아픔이 있지만 어기에게는 항상 다정하다.

 

때문에 가족들과 어기가 겁을 낸것처럼 순탄치 않은 학교생활 속에서도 어기는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가족에게서 힘을 얻고, 자신의 밝음을 친구들에게 건넬 수 있다. 또한 어기는 과학을 좋아하는 등 머리가 좋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바로 이점이 영화가 마냥 착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영화 내내 어기는 아픔을 겪지만, 결국엔 이겨낸다.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어기의 주위에 저절로 친구들이 생기고 가족은 여전히 화목하다. 해피엔딩이다.



장애를 지닌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면 가끔 불편할때가 있다. 

영화가 심각하던, 밝던지 간에 내가 그들의 아픔을 결국엔 영화적 재미로 소비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문때문이다.

영화 <원더>를 보고 나와서도 그랬다. 내 속의 삐딱선이 저건 판타지야, 현실은 그렇지 않아, 하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왜 마냥 영화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고민해보니 조금 섬뜩한 생각이들었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 한 사람이 고아원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가지고 싶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브랜드 신발이나 가방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사람은 괘씸한 마음이 들었고 후원을 끊었다고 한다.

다른 이야기도 있다. 고아원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었더니, 이들이 피자헛에가서 피자를 먹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아마 이 얘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진 자들은 세속적욕심을 가져선 안된다고 마냥 선해야한다고.


<원더>를 보고나서 든 내 생각도 같은 맥락일꺼다. 나는 평범하지 못한 사람은 엄청난 불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것같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엄청난 역경이 있을꺼야. 그리고 이 역경을 아주아주 힘겹게 이겨내야겠지.

그러나 <원더>는 나의 이런 이상한 생각과 전혀 다른영화였다. 내가 생각한만큼의 고난이 있지도 않았고, 주인공은 장애 외에는 오히려 풍족한 환경을 가졌다.



그렇다면 <원더>는 거짓된 판타지를 말하는 영화일까? 

영화를 보고 난뒤 며칠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내가 느꼈던 불편함. 이건 결국엔 위선일 뿐이라고.


왜? 왜이런영화가 있으면 안되지? 장애를 지닌 어린 주인공이 나와도 마음 편히 볼 수 잇는 동화가 될 수 있지 않나?

등장인물 모두가, 악당까지도 선함을 가질 수 있지않나? 모든일이 기적처럼 잘 풀리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면 안되나?


지나친 선함에 마음이 불편할 수도 있다. 현실과 다를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지켜보면된다.

영화의 마지막에 어기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바라봐주라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라고.

어기의 마지막 대사는, 좀더 편히 이 영화 <원더>를 관람하게 만들어주었다.



장애를 지닌 평범하지 않은 아이는 조금 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는 말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주목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마냥 착해서 판타지 같은 영화 <원더>도 그런영화가 아닌가 싶다. 한번쯤 주목받으면 왜안돼? 하는 영화.

영화 속에서 어기는 해피엔딩을 맞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시 위기를 겪을거다. 하지만 어기는 이겨낼꺼다. 어기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 영화를 몇날며칠 곱씹고 훈훈하게 본것과는 별개로 아쉬운점도 많다. 영화는 어기뿐만 아니라 어기 주변인들을 다루고 있지만

에피소드가 일차원적이고 뻔한 느낌이다. 지나친 선함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뭐 이런영화도 있을 수 있지. 

착한건 매력일 수 있으니까 하며 넘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