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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안전하고 안일하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 , 2017)>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전 추리소설을 원작으로하여, 74년에 나온 영화를 리메이크한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소설과 74년작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2015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2부작 드라마로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안 본 뇌 삽니다.'란 말처럼, 원래 무엇이든 이야기를 알고보면 재미가 덜 한 법.

그래서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탐정이자 영화감독인 '케네스 브레너'는 원작 그대로를 조금 더 우아하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때문에 감상 포인트를 어디에 두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달라질듯하다.


원작과는 다른 시도나 추리물을 기대한다면 나처럼 실망ㅜㅜ. 극적인 재미가 없어도 분위기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를 원한다면 추천.




줄거리


세계적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는 사건 의뢰를 받고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초호화 열차인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탑승한다.

폭설로 열차가 멈춰선 밤, 승객 한 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기차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13명의 용의자.

포와로는 현장에서 남겨진 단서와 용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궁에 빠진 사건 속 진실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하는데...



원작자체도 우아하고 분위기있는 밀실스릴러로 유명한 소설이다. 영화는 이를 실험적인 시도 없이 조금 더 우아하고 현대적으로 보여주려 한것같다.


물론 설산 속 기차나 기차 내부의 화려함을 영상으로 보는 재미가 있고,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사건이 진행될때 위에서 내려다보는, 배우들의 정수리가 나오는 씬이나 롱테이크, 최후의 만찬이 연상되는 장면 등 나름 새로운 시도의 연출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에도 영화는 지루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추리가 아쉽다는 것이다.

고전소설 속 탐정 캐릭터 중 최근 리메이크되며 큰 인기를 끈 '셜록'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셜록이 추리하는 방식은 다양한, 재미있는 연출을 통해 납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 속 포와로는 증거와 용의자의 발언 속 모순을 턱턱 잡아내지만 과정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사건의 알리바이 또한 마찬가지다. 시간과 인과관계가 꼼꼼하고 12명의 등장인물의 진술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원작과 달리

영화에선 마냥 두리뭉실하게 표현되고 넘어갈뿐이다.



   


물론 영화가 중점을 두고 보여주고자 한것이 추리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는 극적인 재미가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의 모호함'이라는 이야기의 주제에 조금 더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제가 더욱 부각됐느냐? 하면 이마저도 아쉽다. 

엉성하고 마무리되지 못한 추리 이후에 인물들을 모아놓고 진실을 말하는 포와로의 모습은 ,

옳음과 그름 사이가 있다고 인정하기까지 포와로가 겪는 고뇌는 이해가 가지 않고 오글거리기 까지 하다.


너무나 유명한 원작을 리메이크하려면 그만큼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지않을까?

하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는 그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명작은 그대로 옮겨만와도 명작이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숨쉬기에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옳음과 그름의 모호함이라는 주제는 당시엔 획기적일지 몰라도 현재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며, 스타들에 의존한 영화는 흥행보증수표가 아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것에 그치는 것을 의미할뿐이다.



영화의 아쉬움과 별개로 이야기 결말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예전에 이야기를 접했을때도 그랬지만 포와로가 옳음과 그름사이에 예외구역이 존재하다고 인정하고 결국하는 선택이, 이해가지 않기도 한다.

탐정은 현실이 어쨌거나 진실을 추구하는 자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포와로는 예외를 둔다. 선례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러 길을 떠난다. 선례를 둔 탐정이 사건을 옳게 추리할 수 있을까?

그의 선택이 사건을 알게되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가 결국 탐정을 관두거나 하는 방식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