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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사랑의 경계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잘생긴 남자배우가 나오는 스틸컷을 보고 ㅋㅋㅋ 아무런 정보없이 갑자기 보게 됐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퀴어영화이기 때문!

게다가 그 동안 보았던 그 어느 퀴어영화와도 달랐다. (찾아보면 로렌스애니웨이와 비슷하기는 하다)


그동안 내 세계의 성은 단순히 남자와 여자.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여자가 여자를,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동성애자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이런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세상 사람의 수 만큼 다양한 성정체성이 있다'는 말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남자와 여자라는 선천적인 '섹스'가 있고 후천적으로,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젠더'가 있다. 그리고 추구하는 '섹슈얼리티'가 있다.

이런 시각으로 볼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존재하며, 그 사이의 경계는 분명 반으로 가를 수없는 애매모호한 영역이 있을 것이다.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는 그 경계가 맞닿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클레어는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공유하며 자랐던 절친 로라가 죽은 후 깊은 상심에 빠진다.


여자아이라면, 어린시절 단짝친구와 우정과 사랑사이의 감정을 겪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손잡고 화장실까지 같이가고,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 질투를 느끼고. 

어째서 이런 감정을 겪게되는지 모르겠지만, 집착과 같은 감정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졸업을 하게 된다.


영화의 주인공 클레어도 마찬가지다. 로라의 머리를 빗어주고 그네를 밀어주던 위치는 로라의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조금씩 밀려나게된다.

하지만 클레어의 감정은 여전하다. 클레어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사랑할 수 있는 바이인지, 로라만이 특별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각자 남자친구가 생기고 결혼을 하게 되어도, 클레어의 로라를 향한 감정은 우정보다 깊어 보인다.



클레어는 로라의 남편 데이빗을 위로하러 집에 찾아가고, 충격적이게도 여장을 한 그와 마주친다.

데이빗은 자신이 여자일때 비로소 스스로일 수 있다고 고백하며 클레어가 자신을 도와주길 원한다. 그렇게 두사람은 가까워지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로라'가 있었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클레어는 로라를 사랑했을 것이다.

데이빗은 자신의 정체성을 로라에게 인정받고 그녀에게서 여성성을 느꼈다.

하지만 로라가 죽으면서 두 사람은 설 곳을 잃게된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을 잃게 된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는 기묘하게 전개된다. 로라가 빠진 공백을, 두 사람은 미묘한 끌림으로 서로로 메우게 된다.


두 사람이 만나지 못했다면 영화는 도덕책처럼 진행됐을 것같다.

클레어는 로라를 잊을 순 없어도 다정한 남편과 함께 살아갔을 것이며 데이빗도 집에서 가끔 여장을 할진 몰라도 정신과치료를 받거나 숨긴채 살아갈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로라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는 옳은, 방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났고, 더이상 스스로를 속인채 살아갈수 없다.



'내가 누구인가' 뿐만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누군가'의 중요함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용인되는 성적욕망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데이빗의 여장을 나는 현실에서 마주쳐도 인정할 수 있을까?

내가 그들을 판단할 자격이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던 질문이다.


"의상 도착자보다 게이가 낫잖아." 


영화중반에 클레어가 한말처럼 개인마다 수용가능한 경계가 있고 바라봐주는 사람없이 데이빗은 버지니아로 존재할수 없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인정받는다. 클레어를 통해 버지니아로 눈을 뜬다.




한편, 영화에서 가장불쌍한 인물인 클레어의 남편 질레.


영화를 본 이유도 이 배우의 스틸컷을 보고 잘생겨서 바로 챙겨본건데... 

영화를 보면서 쓸데없는 의문이 두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로라가 클레어와 데이빗이 환장할만큼 그렇게 매력적인가?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저렇게 잘생긴 남편을! 과연 버릴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ㅋㅋ 결국 ...


그래도 영화를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어서 감사하며 보았다 ㅋㅋ



푸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는 처음 봤는데, 성을 바라보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해서 기억에 남을듯하다.

다양한, 무수히 많은 성정체성과 그 경계의 모호함. 이를 스스로는 인정하고, 남은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함을 영화를 보면서 배웠던것같다.

한편 데이빗 역할의 '로망 뒤리스'는 <사랑은 타이핑중!>으로 봤던 배우였는데 또다른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