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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넷플릭스 <거꾸로 가는 남자>


거꾸로 가는 남자(I Am Not an Easy Man, 2018)

엘레오노르 포리아트 / 빈센트 엘바즈, 마리 소피 페르딘

프랑스 / 코미디, 드라마 


요즘 미러링으로 핫하다는 페미니즘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를 봤다.

원제<I Am Not an Easy Man>을 직역하자면 '나는 쉬운 남자가 아니야' .

물론 '거꾸로 가는 남자'라는 제목이 직관적인 번역이라 바로 어떤 영화인지 추리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지금 사는 세계가 똑바로 된 세상이란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어쩌면 이런 번역자체도, 이렇게 대놓고 보여주는 영화조차도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아 아이러니하다.



주위 모든 여자들에게 플러팅을 하며 자신감 넘치게 살아온 남성우월주의자 다미앵은 어느날 길거리 가로등에 부딪히고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전복된 세상에 눈을 뜬다. 이 세상의 여자들은 양복을 빼입고 남자들을 희롱하며 승승장구하고,

남자들은 제모를 하며 외모를 가꾸고 육아에 힘쓴다. 처음에 다미앵은 이 모든 일들을 장난같이 받아들이지만

점차 원래 세상에서 여자들이 겪었던 성차별을 몸소 겪게된다.


게다가 자신이 희롱했던 친구의 비서는 유명작가가 되서 눈앞에 나타나고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바람둥이 그녀와의 연애는 순탄치 않은데...



대놓고 보여주는 영화


다미앵이 눈뜬 뒤집힌 세상을 보고 있다보면 아 이영화 작정했구나 싶다.

인류의 역사에서부터 여성은 선택받았기 때문에 임신을 하고 가정을 지키며 힘이 쎄졋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와서 여성 상위시대가 됐다.

그리고 영화는 아주 세심하고 자잘한것까지 신경써가며 이를 보여준다.


"어떤 게 괴롭나요, 찬사 듣기? 아니면 갖다주는 술 받기?"


"부엌은 저쪽이에요. 그래도 여러분을 사랑해요.

나도 남편과 아들 넷이 있죠. 전 개도 수컷만 키워요. 여러분의 적이 아니라고요."


카드게임에서 퀸이 킹을이기고 마담보바리는 보바리총각이 된다.

평소에 여성들을 평가하고 직접대던 다미앵은 자신이 그런 일을 직접 겪게 된다.


이런 모습들은 아주 통쾌하기도 하지만 현실과 비교하게 되면서 너무나 씁쓸하고 처참해진다.

이 영화가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반대로 보여주는것에 그치지 않은 영화인 이유다.

영화 속 세상은 너무나 부조리하다. 그렇다면 현실은? 반대인 세상이 부조리하다면 현실은 제대로 가고 있는것인가?

거꾸로의 반댓말은 제대로인가? 아니, 거꾸로의 반대도 거꾸로일 뿐.



사회 속 약자


영화를 보다 무서운 점은 초반에 당황하고 충격에 빠진 다미앵이 어느새 순응하며 살아 간다는 점이다.

여성들의 성희롱과 사회적 압박에 능글거리며 반응하던 다미앵이지만 그것이 계속되자 체념하고 자신을 맞춰 변화해간다.

제모를 하고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바지를 입는다.


어떤 사람은 말도 안된다고 여길지 모른다. 원래 세상에선 가해자이자 포식자였던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바뀌냐고.

하지만 이런 모습이야 말로 다수, 또는 사회가 규정한 것이 개인을 얼마나 억압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습같아 소름이 끼쳤다.



또 다른 주인공 알렉산드라


역할을 맡은 배우가 너무 멋있어서 반했다 ㅜㅜ


원래 세상에선 작가의 비서였던 알렉산드라는 전복된 세상에선 잘나가는 유명작가이다.

단순히 반대가 되서 작가가 되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더욱 유명한 작가라는 점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유리천장에 갇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알렉산드라는 원래 세계의 다미앵과 같은 위치이다. 수없이 남자를 바꾸고 마초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

그런 알렉산드라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다미앵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처음엔 자신의 소설에 이용할 생각으로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진실로 서로를 사랑하게된 다미앵과 알렉산드라.

연인관계에서도 전복된 남녀역할이 굉장히 재밋었지만 한편으론 굉장히 씁쓸하기도 했다.


게다가 영화의 결말에선 이 영화가 단순히 성별반전을 보여주는 통쾌하고 속시원한 영화가 아님을 알려주는데,

아... 너무나 씁쓸하고 여운이 깊었다. 

마지막 그 몇 분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것 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결말이었다.

영화는 고작 한시간이지만.. 현실은 아니라는 것.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졌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