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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이다 (Ida, 2013)


보려다 한 번 실패하고 다시 보게된 영화 '이다'


신기하게도 처음볼땐 너무 지루해서 보다가 졸았는데, 이번엔 끝까지 집중해서 봤다.

아마 영화마다 봐야될 타이밍이 있는듯 하다ㅎㅎ


'이다'는 2015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된 당시 핫했던 영화다.

하지만 흑백으로 된 영상미와 조형성으로 유명한 영화기때문에,

스토리를 기대하고 본다면 살짝 지루할 영화인 것 같다.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란 소녀 '안나'는 수녀가 되기 직전,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녀를 찾아간다.

하지만 이모는 '안나'가 유대인이며 본명은 '이다'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하고,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진 '이다'는 이모 '완다'와 함께 

자신들의 가족사에 얽힌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동행을 시작한다.



이다가 만나게 된 이모 '완다'는 '피의 완다'로 불릴 정도로 공산주의 정권 하에 무자비 했던 판사였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 상처를 지닌 것처럼 위태롭고 예민해보인다. 


이 성녀와 악녀로 대비되 보이는 두 여자의 로드무비가 영화의 주요 줄거리인데,

평생을 만나지 못했지만 유일한 혈육이라는 어색한 관계, 전혀 다른 성격으로 인한 갈등이

고요한 영화 분위기에 흥미를 주는 요소였다.



폴란드 영화 '이다'는 60년대 공산국가인 폴란드의 종교와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고나서야 역사적배경을 찾아봤기 때문에 영화를 볼 당시엔 

도대체 '유대인'이 어떤 의미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찾아보니 독일군뿐만 아니라 같은 폴란드인도 유대인을 학살한, 참혹한 과거가 있었다고 한다.

이다와 완다는 이다의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어디에 묻혔는지 찾기 위해 마을을 둘러보지만

마을 사람들은 알고있으면서도 쉬쉬한다. 

아마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묻기 위한 행동이었던것같다. 



영화의 명대사

"해보지 않고 헌신을 약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니"


어렸을때부터 고아원에서 살아왔던 이다는 아무곳도 가본적이 없다.

그리고 큰 욕망을 느껴본 적도 없다.


이모 완다는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피고,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남자와 자고 싶으면 자는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

그런 완다가 이다에게 말한다.


이 대사가 이 영화의 큰 뼈대인것같았다.

맹종과 순종의 차이. 주어진 삶과 선택한 삶의 차이.


부모님을 찾기 위한 여정의 끝에, 이다는 완다와 같은 일탈을 한다.



이다가 남자에게 묻는다. 이후엔 무엇을 할꺼야?

바닷가로 갈꺼야. 그이후엔?, 결혼을 할까?, 그 이후엔? 그이후엔?


그 허무한 물음 뒤엔 무엇이 있었는지 영화가 끝난후에도 곰곰히 생각해봣지만,

명확한 결론은 없었다. 이후 이다의 선택도.


계속 정적인 카메라 앵글과 다르게, 

마지막 수도원으로 향하는 이다의 모습은 굉장히 흔들린다. 

영화 내내 말없이 담담한 모습을 보여줬던 이다의 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흔들리는 앵글에 보이는 이다의 모습이 극 중 가장 동요되고, 흥분돼 보였다.



이 영화가 가장 호평받는 이유인 영상미는, 마치 사진전에서 보는 흑백사진마냥 아름다웠다.

인물의 감정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외에는 건물이나 인물들이 화면 외곽에 걸쳐있어서 

여백이 느껴졌고,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다.


영화 정보를 찾으며 처음 본 단어인 '조형성'이란 것도 ㅋㅋㅋ 어떤 의미인지,

영화를 보고 나니 바로 알 것 같았다.

 


새벽에 집중해서 본, 좋은 영화였다.

완다의 선택과, 이다의 선택에 대해 한동한 먹먹히 생각했던 것 같다.